남편은 회사다니고 저는 가정주부입니다.
아이는 아직 없어요.
남편은 자신은 인정하지 않지만 강박증??
비슷한 게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
체면에 관련된 것에 대해 집착을 하는데
그래서 제가 조금이라도 뚱뚱해질까봐,
새치라도 날까봐 질색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167에 51킬로를 2년째 유지중이고
수영, 필라테스, 요가를 다니고 있습니다.
집에서도 단정하게 하고 있으라고 해서
양말 위에 슬리퍼 신고 옷도 홈웨어
너무 편해보이지는 않고 품위있으면서
집안일을 할 때 좋을거같은 거....
남편이 직접 골라준 디자인, 컬러로 입어야
합니다.
집은 30평대인데 아주머니 쓰는 것은
근본도 모르는 남을 집에 들이는 것이라
싫고 제가 집안일을 다 해야 합니다.
남편이 원하는 건 특급호텔 수준이기
때문에 쓸고 닦고 정리하고 솔직히
집 관리하는데만 매일 반나절
이상입니다. 집 관리하느라 넘 바빠서
운동도 새벽에 다니고 있습니다.
화장실 휴지가 끝이 나와있는게 싫다고
삼각형으로 접어서 롤 부분에 바짝
붙이라고 직접 접는 법을 시연할 정도니까요.
식사도 국이나 찌개 1가지, 밑반찬 3개,
볶음이나 구이 등 메인반찬 2가지 있어야 먹지
없으면 먹을 게 없다고 뭐라 합니다.
저는 그렇게 더러운 성격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특출하게 깔끔한 편도 아니라
남편이 이해는 안 가도 집안일이 제 업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일,이년 보내고 나니
대체 나라는 존재는 뭔가, 그냥 청소기나
물__ 같은 이 집의 부속인가 싶고
점점 더 우울해지더라고요.
운동하는 데서 친구를 사귀고 어울리려고 해도
집안일이 너무 빡세서 시간이 없어요.
그냥 운동 끝나고 간단히 밥먹거나 커피 한 잔
하는 정도? 그것도 한시간 넘기면 부담스럽고요.
남편이 6시 반에서 7시 사이에 시계추처럼
귀가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집 세팅이
완벽해야 하거든요...
들어가는 말이 길었는데 저번주에 제 생일이어서
남편이 생일선물을 사왔습니다. 비닐봉지에서
꺼내보니까 긴 플라스틱으로 된 하수구
머리카락 제거기더군요 ㅋㅋㅋㅋ
남편은 절 데리고 화장실로 가서 직접
자기가 시연을 하고, 하수구를 잘 관리하라고
화장실이 딴데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하수구 관리다 잘 안되는 거 같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배고프니 저녁 먹자며 오늘 저녁엔
반찬이 뭐냐고 묻더군요.
갑자기 참기 힘든 기분이 들어서 남편에게
저는 그냥 집 관리하고 밥하는 가전제품 같은
건가요? 너무 외롭고 힘들어요. 결혼 전처럼
회사다니고 싶어요.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눈물이 엄청나게 나더군요. 꺽꺽대고
울고 결국 화장실에서 한번 토했습니다.
남편은 요새 제가 컨디션이 안 좋은 거 같다고
목욕이나 한번 하고 나오라고 하더군요.
제가 평소에 목욕을 좋아하거든요.
욕조에 몸 담그고 나오니 거실 테이블 위에
비닐봉지, 임신테스트기, 칼슘, 수면유도제가
자로 잰 것처럼 나란히 각맞춰 있었습니다.
비닐봉지는 앉아있거나 잘 때 또 속이 안 좋을
수 있으니 화장실 못갈 정도로 급할 때
거기다가 토하라고 하고, 임신테스트기는
감정기복이 심하니 임신일지 모르니 해보고,
신경이 예민할 때는 칼슘부족일지 모르니
칼슘을 먹고 그래도 계속 힘들면 수면유도제를
먹고 자보라는 거였습니다.
이상하게 악 소리가 나고 당장 혀를 깨물고
죽고 싶었습니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감옥에 갇힌 기분입니다.
정말 제가 이상한 걸까요? 남편은 우울증은
약을 먹으면 된다고 병원에 가라는데
전 병원에도 가기 싫습니다.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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