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다 보면 참 별의별 인간관계를 경험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호의를 배신당할 때만큼 허탈한 순간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 물건 하나를 사도 소중히 다루고, 특히 한정판 굿즈는 제 나름의 정성을 들여 수집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고모의 뻔뻔한 행동을 겪으며 그동안 쌓아온 정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사건은 지난 명절에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집 거실 장식장에 진열된 한정판 피규어를 보더니, 조카 석진이가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만지작거리더군요. 사실 그 피규어는 제가 새벽부터 줄을 서서 겨우 구한 거라 남의 손이 닿는 것도 조심스러워하는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석진이가 너무나 간절한 눈빛으로 "삼촌, 이거 나 한 번만 가지고 놀면 안 돼?"라고 묻길래 큰맘을 먹었습니다. 아이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삼촌으로서 그 정도는 선물할 수 있겠다 싶어, 잘 아껴달라는 당부와 함께 석진이 손에 쥐여주었죠. 석진이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고맙다고 외쳤고, 곁에 있던 고모 역시 "진우야 정말 고맙다, 애가 정말 좋아하네"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 선택이 옳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점심시간, 우연히 당근마켓을 구경하다 제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게시글을 발견했습니다. 우리 집 거실 카펫 배경이 그대로 찍힌 사진에, 제가 석진이에게 줬던 그 피규어가 판매글로 올라와 있더군요. 심지어 가격은 제가 산 정가보다 훨씬 높은 프리미엄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판매 설명글을 읽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이가 금방 질려 해서 아깝지만 내놓습니다. 한정판이라 소장 가치 충분해요."
고모는 제가 조카를 생각해서 건넨 소중한 마음을 그저 현금화할 수 있는 매물로만 보고 있었던 겁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대우를 받을 것 같아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다른 계정으로 구매자인 척 말을 걸었습니다. "지금 바로 직거래 가능한데, 동네 카페 앞으로 가도 될까요?" 제 정체를 꿈에도 모르는 고모는 횡재라도 한 듯 "네! 지금 바로 나오세요!"라며 들뜬 답장을 보냈습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고모가 멀리서 그 피규어가 든 쇼핑백을 들고 서 있더군요. 저는 마스크를 푹 눌러쓰고 다가가 고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고모, 여기서 뭐 하세요? 제 조카 석진이가 벌써 이 피규어에 질렸나 봐요?"
고모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습니다. 들고 있던 쇼핑백을 뒤로 숨기며 더듬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어머, 진우야! 네가 여기 웬일이니? 아니, 그게 아니라 석진이가 이걸 너무 무서워해서 밤에 잠을 못 자길래, 내가 어쩔 수 없이 처분하려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에 깊은 환멸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고모 손에서 쇼핑백을 단호하게 낚아채듯 가져왔습니다.
"고모, 이게 무서우면 저한테 돌려줬어야죠. 왜 이걸 몰래 팔아서 돈을 챙기려고 하세요? 앞으로 석진이 용돈이나 선물은 절대 기대하지 마세요. 제 호의를 이런 식으로 갚으시니 저도 이제 고모 안 보고 살렵니다."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고모를 뒤로하고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부모님께도 당근마켓 캡처본을 보여드리며 상황을 말씀드렸고, 부모님 역시 어떻게 아이 선물을 팔 생각을 하느냐며 크게 분노하셨습니다. 결국 고모는 저희 집에서 거의 제명된 상태나 다름없게 되었습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무례함을 참아주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타인의 선의를 가볍게 여기고 이용하려는 사람과는 인연을 정리하는 것이 제 정신 건강을 지키는 가장 빠른 길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것을 건넬 때, 그 가치를 온전히 알아줄 사람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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