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에 대학 졸업한 27살 흔녀입니다. 제목에 언급한 대로 저는 집순이예요.
하루종일 거의 집에만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인기피증이 있거나 히키코모리는 아니구요ㅜㅜ
그냥 집이 좋아요. 혼자 있는 게 좋구, 혼자 만의 시간을 갖는 게 정말 좋습니다!
(누가 그러던데요 혼자인 인생, 관도 1인용이라구..ㅜㅜ)
저는 직장에 다니진 않지만, 대학 졸업 후부터 전공 관련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의뢰를 받으면 한 프로젝트가 2년 정도 걸리고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엔 휴대전화를 꺼놓고 문명생활(TV나 인터넷) 자체를 일절 하지 않습니다.
(물론 주위의 경조사엔 모두 참석합니다! 아주 가끔 친구들 만나 바람 쐬기도 하구요.)
한 프로젝트를 마칠 때마다 상당한 의뢰금과 함께 죽을 때까지 부수적인 인센티브가 들어옵니다.
돈과 명예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제 취미이자 특기여서 전 이 일이 정말 좋아요.
그런데,
저는 프로젝트를 끝내도 집에만 있거든요. 끝내자마자 다음 프로젝트 준비해요.
책을 읽거나 요리를 하거나 강의 플롯을 짜본다거나.. 아, 요즘 텃밭을 가꾸고 있어요.
되게 신기해요(?) 얼마 전에 루꼴라 씨를 뿌렸는데, 아무것도 안 했는데(!)
자기네들이 알아서 잘 자라서(?!) 따서 피자 만들어 꿀 발라 먹었어요. 꿀맛 존맛..!!
아. 저 시골 내려와 살거든요. 고향 집 리모델링해서 살고 있습니다.
깡촌이예요. 서울 나가려면 가는데만 4시간 걸립니다. 이런 요인도 집순이에 한몫하구요.
물론 저도 마음 맞고 편한 친구들하고 노는 거 재밌어요. 남자친구랑 데이트하고 나면 설레요.
선배들한테 이쁨 받고, 후배들 챙겨주는 것도 기분 좋구요. 그런데 저는 이보다 혼자가 더 좋아요..
그런데 요즘 들어 종종 왜 집순이로 사냐는 말을 들어요..
집에만 있으니 스트레스 받겠다, 답답하지 않냐...?로 다들 시작해요.
그걸로 시작해서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인맥이 중요하다,
나중에 혼자 쓸쓸할 것 아니냐, 하루빨리 남자친구를 많이 만나봐야 한다..
부모님도 식사 자리 때마다 틈만 나면 공략하시네요!ㅜㅜ
저는 그때마다 제 의사를 똑바로 밝히거든요.
나는 내가 사람이 싫어서 안 만나는 게 아니다.
나는 단지 사람보다 책이 더 좋고, 시간이 나면 연구를 하는 게 더 좋다.
나는 외롭지 않으며 마음의 병도 없고 하루 종일 일만 해도 힘들지 않다.
지금 당장은 혼자가 좋다. 그러니 내가 나중에 정 사람이 그리워지거든 그때 만나겠다.
사람을 만나는데 진심이 중요하지, 언제 만났는지 얼마나 만났는지가 중요하겠느냐.
이건 취향의 문제다. 대다수가 사람과 어울리고 친목여행 다니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지만,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내 행복이다.
오래 전부터 변하지 않는 제 신념입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구요.
이렇게 매번 말해요. 그럼 대부분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말하죠. 그래도~~~
그래도 삶의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가 친구라고... 나 지금 누구한테 말한 거야..ㅜㅜ
아버지도 절대 이해를 못하세요. 제 말을 들으시고는
마치 네가 아직 철이 덜 들었구나..세상을 몰라도 한참 모르구나. 아직 어리구나..
한숨을 푸욱 쉬시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그래도~~ 함께 걸어나가야 하는 세상이라구요.
아빠는 제가 나중에 외롭고 쓸쓸할까 걱정이세요.
아니 저는 단언컨대 외롭고 쓸쓸하지 않다구요 전혀ㅜㅜㅜㅜㅜ
삶에 만족해서 죽을 때까지 이 상태가 이어졌으면 한다고요ㅜㅜㅜ
독신주의는 아니지만 결혼에 큰 생각 없구 남자친구..뭐 있음 좋긴 한데 전 일이 훨씬훨씬 좋아요.
저는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친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서 여러사람 만나고,
또 그 관계가 끊어지지 않기 위해 정기적으로 약속을 잡거나 일부러 만남을 갖고...꾸준히 연락을 하고..
이럴 필요 있나요?
제가 아직 얼마 살진 않았는데, 그간 살아온 과정으로 보니까
제가 2년 동안 연락을 안 해도 남을 사람은 남더라구요.
제가 아무리 잘해주고 도움을 줘도 2년 동안 떠날 사람은 떠나는 것 같구요..
사람이 앞모습 뒷모습이 달라서,
호의로 대해도 단물 빠지면 딱 끊는 사람, 진심을 보여도 거짓으로 대하는 사람.
작정하고 뒷모습을 감추는 사람들은 아무리 오래 자주 만나도 구별이 어렵고
결국 제가 조금만 소홀하면 미련없이 떠나더라구요.
제가 바락바락 하지 않아도 딱 남을 사람, 떠날 사람....나뉘어요.
아닌가요..ㅜㅜ 제가 서툴러서 떠났던 걸까요..?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집순이란 것에 다들 별 얘기를 안 했는데
올해 초부터 너도 나도 한마디씩 하더라구요.
좀 혼란스럽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니까,
정말 나는 내 고집 대로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해서요.
왜 20대 땐 사람에 미치고 30대 땐 일에 미쳐라는 베스트셀러도 있잖아요.
정말 사람을 사귀는 것에도 때라는 게 있는지
혼자만 살 수 없는데 제가 멍청해서 나중에 후회할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조언하시면 감사히 새겨듣겠습니다. 현명하신 분들 답변 부탁드려요!! :D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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