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고 지하철 타기 참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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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

임신하고 지하철 타기 참 힘드네요

임신 7개월 임신부입니다.
낮에 겪은 일 때문인지 배가 아프고 잠이 오지 않네요.
하소연하고 싶어 글 씁니다. 방탈은 죄송해요.

낮시간에 지하철 이용하고 있어요. 1호선에서 4호선 갈아타고 다닙니다. 임신하고 대중교통 타는 거 생각보다 더 많이 힘드네요.

배가 점점 더 나올수록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고 오래 서 있으면 배도 많이 땡겨요. 항상 그런 건 아닌데 아주 가끔 저혈압 증상도 생깁니다. 식은땀이 나고 앞에 별이 보인달까요...? 어지럽고 곧 쓰러질 거 같은 기분에 타고 가던 지하철에서 몇번씩 내려서 쉬고 간 적도 있습니다.

자리 양보는 가끔 해주실 때 너무너무 감사하지만 대부분은 잘 안 해주세요.
특히 1호선은 임산부 배려석이 매 칸마다 있지 않아요. 임부석 찾아가 보면 아저씨, 젊은 여자분, 남학생까지 앉아서 비켜주지 않아서 그냥 앞에 서서 갑니다.




저도 임신 전에는 '당당하게 비켜달라고 말하면 되지...' 했는데 일부러 잠자는 척하는 사람도 많고 못본 척 핸드폰에 집중하는 척하는 사람과 괜히 부딪히고 싶지 않아 참게 되더라고요.

오늘은 유난히 배가 많이 당겼어요.
1호선에 탔을 땐 임부석에 대학생쯤 보이는 남학생이 앉아 있길래 몇 정거장 참다가 처음으로 양보해 달라고 부탁하고 앉았습니다.
4호선 갈아타고 노약자석에 빈 자리가 있길래 앉았거든요. 배가 꽤 당겼는데 굳이 부탁 안 하고 앉을 곳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어요.
그런데 60대 중반쯤? 보이는 아저씨(?)가 앞에 서서 절 빤히 보더라고요.
뭐지? 싶어서 "왜요??" 했더니 아니라고 고개 젓고 임산부 배찌 보시길래 임산부인줄 모르셨나 했어요.

좀 지나서 "거기 앉은 젊은 사람은 몇 살쯤 먹으셨나?" 빈정거리며 물어보는데...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노약자석에 앉았다고 뭐라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네요. (할머니들끼리 노약자석에 앉았다고 자기들끼리 제 뒷담화하는 거 들은 적은 있는데 대놓고 욕 먹은 건 첨이에요)

저 임산분데요 했더니
아니 임산분 거 아는데 그럼 저쪽으로 가라고, 거기 임산부 석도 있고 다 비켜준다고 하길래
"아무도 안비켜주던데요" 했어요




자기도 장애인이지만 여긴(노약자석) 자긴 자기보다 삼촌 같으신 분들이 앉고 해서 안 앉는다며 방송에서 비켜주니 어쩌니 해도 젊은 사람은 저쪽 가서 앉으라고

자기 아들은 35이고(이 말은 왜 했는지...?) 자기 어머니도 옛날에 다 버스 타고 다니고 했다고(저는 지금 택시 탔나요?)

계속 아저씨가 뭐라뭐라 하는데 사람들이 다들 쳐다 보고 있더라고요... 창피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그 아저씨 헛된 소리를 얼굴이 새빨개져 듣다가 무시하려고 귀에 이어폰을 꽂았는데 그때 내릴 곳에 다 왔더군요... 지하철 내리고 갑자기 막 복받쳐 올라 승강장에 앉아 한참 울었네요...

노약자석이지 노인석이 아닌데... 뭐라고 대꾸라도 하고 맞받아칠 걸 그랬나... 후회도 되고 ㅠㅠ
태교하는데 크게 싸우지 않아 잘했지 뭐, 가라앉히고 나니 별일 아니었는데, 의연하게 넘길걸 왜 울었지 싶다가도...
많이 속상했는지 이제 지하철 타기도 싫고 여태 배도 아프고 합니다.

임신은 참 여러모로 힘드네요...

긴 하소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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