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하는대로 똑같이 대우해주니까 변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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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

남편하는대로 똑같이 대우해주니까 변했대요

저랑 남편은 연애 2년하고 결혼한지 내년4월이면 3년째에요
사람이 쉽게 안변한다지만 어쩜 이사람은 그리도쉽게 변했는지ㅎㅎ
그것도 안좋은쪽으로만


연애할때는 공주님 대우는 아니지만 저 배려하는 모습에서 크게 감동받은적이 많아요
좁은곳을 싫어해서 엘리베이터도 제대로 못타는 저를 위해 아파트 7층을 같이 걸어올라가주고
물건긁히는 소리에 예민한걸 알고 물건은 끌지않고 카페나 식당에서도 의자는 들어서 옮겨주고

저도 그런 남편을 위해서
원하는 여성상
욕 안하고 술자리 줄이고 머리도 길러보고
치마도 입고 힐도 신고 해봤네요
원래는 맨투맨 후드티 청바지 컨버스가 옷장의 전부였어요
.


그런 사람도 결혼하니까
참 말을 함부로 하네요

제가 왜 좁은곳에 들어가길 싫어하는지 알면서
엘리베이터에 적응좀 하라고 짜증내고
넌 걸어와라 난 타고간다 하면서
계단으로 온 제가 먼저와서 도어락 누르고 있으니까
같이 타고오면 좀 좋아? 너 그거 진짜 정신병이다
이러고 열린 문틈으로 쓱 들어가버리네요


의자끌리는 소리에 인상이라도 한번쓰면
넌 뭐만하면 인상부터쓰더라?
너 진짜 남들앞에서도 그러냐? 너 남들이 다욕해
왜케 예민해? 너 그렇게 살면안피곤하냐?
야 내가 다 피곤하다 언제까지 그러고살래?

이렇게 말하길래

내가 연애할때 다알려줬잖아 갑자기 왜그래? 하고물어보니까

야 그게 평생갈줄 알았냐? 내숭인줄 알았지

그때 마음속에 뭔가가 쿵 내려앉고
몸속의 피가 싹 빠져나가는 기분이였어요


제가 좁은곳에 못들어가는 이유는
어릴때 한달정도 할머니집에 오빠랑 저랑맡겨진적이 있어요
그때 오빠랑 싸운다고 할머니가 저를 정말 좁은 벽장안에 가두신적이 있어요
그안에서 반성하라면서 절 가두고 가셨는데
너무 좁아서 엎드린채로 웅크리고 있을수밖에 없었어요
소리가울리고 제 숨소리도 무섭고
문도 뻑뻑한 나무 미닫이여서 웅크리고서는 제대로 열수도없었구요
약간 문틈새로 빛이 들어오는데 지금도 기억나는게
그 틈새로 들어오는 빛이 꺼졌던거예요

저는 그뒤로 좁은곳에 들어가질못해요.

그때 틈새로 들어오던 빛이 꺼지면서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듯한 기분을 느꼈고
어떻게 벽장에서 나오게된건지 기억도 안나지만
엄마말로는 제가 그안에서 기절해서 읍내 한의원까지 가서 침을 맞고 정신을 차렸다고 해요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제가 엘리베이터 못타는걸 어떻게 단순히 내숭이라고만 생각했을까요?

저 지금 임신 4개월인데도 신혼집 5층까지 계단으로 다녀요

제가 그런말 들으니까 참 허무하다고 하니까
제 몸 생각해서 하는얘기라면서
애낳고도 계속 계단으로 다닐꺼야?
너 애안고 유모차들고 계단으로 다닐래?
너 솔직히 몸힘들면 그거 못할껄? 엘리베이터 탄다고 뭐라고 안할테니까 그냥 타


저 택배기사님이 경비실에 두고간 10키로 짜리 쌀도 계단으로 들고 올라갔고
생수 2리터 6개묶음 2개도 들고 계단으로 갔어요
저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것조차 힘들어요

제가 처음타본 엘리베이터는 부산 백화점에서 바깥이 보이게 한면이 통유리로 되있던 엘리베이터였어요

물론 1층에서 갑자기 바깥이 안보였을땐 소리를 질렀지만.....



이런저런일 겪고나니까
저도 남편이 해주는만큼만 해주면 되겠다하고 마음이 짜게 식어버렸어요


남편이 아토피가 있어서 자다가 몸을 긁적거리면 로션 찾아서발라주곤 했는데
저도 이젠 말로 떼워요


작작긁어 또 피나서 딱지앉으면 어쩌려고?
너 진짜 의지약하다 애도아니고
그거 안긁겠다고 니가 굳게 다짐하면 되는거아냐?
니가 의지박약인거지 겨우 간지러운것도 못참냐?


아토피때문에 음식가려야해서 밀가루음식이랑 유제품은 안 사놨는데 임신하니까 그런게 땡겨서 사다놨더니
눈치보면서 먹더라구요
전에는 이거 애기가 먹을건데 아빠는 안되요~ 했는데

그래 먹어라먹어 내가 말해봤자 니몸이지
의지박약씨 많이드세요


똑같이 야박하게 대하니까
저보고 변했다면서 자기가 우울증 올것같다면서
예전처럼 다정했으면 좋겠다며
임신때문이라면 자기가 이해해볼테니
저보고 노력해보라네요


말했네요


엘리베이터 못타는걸 내숭이라고 치부해놓고
넌 무슨 다정을 원해?
서로 노력하지말자 피곤하다
니 몸뚱아리 니가 신경써
니가 말한 내숭덩어리는 내가 알아서 관리할게


이러고 이번달 내내 완전 각방이에요


편하네요
딱 제생각만 하고 지낼수 있으니까
전에는 배뭉침인지 뭔지더러있었는데
남편이랑 밥도 따로먹고
남편 숨소리도 안들리니까 스트레스도 안받는지 편해요



이대로 살거면 차라리 이혼을할까....
그냥 고민이 참 많아지네요
5년을 보고 연애때도 싸워본적 없는데
이렇게 무너질 결혼이면 하질 말껄 그랬나봐요


늦게 결혼한 친한 언니 말이

결혼은 사랑해서 하는게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거다
사랑해서 결혼하면 결국 실망한다
사랑 오래 안간다 신중해라 했는데


제가 그꼴이 난거같네요

사랑...

오래 안가네요 정말로


마음이 힘들어요

제마음 어디에 이런 독함이 있었는지
독한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내고
상처받은 상대방을 보면서
미안함이 아니라 후련함 더나아가선
겨우 이거가지고 힘드니? 더 힘들어봐라 하면서

더 심한말 더 나쁜말을 하고있는 저를 볼때마다
문득문득 후회가 들어요


이럴려고 결혼했니?


참 잠도 안오고 답답한 밤이네요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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