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중반 아줌마예요.
친구랑 싸웠습니다. 처음으로 싸운건데... 제가 너무했나 싶어 많은분들 의견이 듣고 싶어서
용기내서 글써봅니다.
초등학교때부터 동창이였고 나름 저랑 제일 친한 친구였어요.
서로 성격을 너무 잘 알기도 하고 싸운적 한번도 없는 사이였는데
이 친구가 대학 들어가서 집안 사정이 안좋아져서 많이 힘들어 했어요.
대학도 그만두고 투잡 쓰리잡 뛰면서 생활비 벌었고 부모님 용돈도 드렸고요.
그러다가 다니던 직장 상사랑 사내연애 하다가 임신해서 결혼했어요.
남편분도 힘들게 살아오신 분이라 서로 의지하며 잘 사는것 같았어요.
이친구가 출산을 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나니까 형편이 좀 어려웠어요.
오래된 친구인데 그거 하나 이해 못하겠어요?
번개불에 콩볶아먹듯 후다닥 치룬 결혼이였고 배도 많이 불러있었고(결혼 허락을 늦게 받아서..)
신혼여행을 못갔어요.
첫 조카라 다들 애뜻해 해서 조카 돌잔치때
친구들이랑 돈모아서 다녀오라고 동남아 신혼여행 패키지 선물도 했어요.
일단 결혼식때 전 30만원이랑 집들이겸 집에 초대해줘서 청소기 좀 고가로 선물 해줬어요
아..전 중소기업 회사 다니고 그냥 남들 버는만큼 갖고싶은것 먹고싶은것 생길때마다
돈 쓸수 있을 정도는 벌고 있어요. 지금은 애키우는 맞벌이 주부고요.
친구들중 결혼을 제일 빨리 한거여서 첫 조카라 애틋한 마음도 있고,
이 친구가 어렵게 사는걸 알아서 돌잔치때도 집에 혼자 있으면 아이 키우기 힘들다고
애 키우시는 분들한테 물어물어 매달 교제랑 씨디랑 이것저것 보내주는거 24개월
끈어서 선물해줬고, 기저귀값이 제일 부담진다는 얘기듯고 두박스 집으로 선물 보냈어요.
현물도 돌잔치때 따로 했고요.
안하려고 했는데 사회자분이 돌잡이 할때 돈이 필요하다고 돈 주실분이라고 해야되나
하여튼 돈을 걷으시길래, 남자친구랑 저랑 현금 합쳐서 20만원 냈어요.
그후에도 그친구집 가서 친구가 씻지도 못했다고 애봐달라 해서 애봐주기도 하고
먹고싶은거 있다고 해서 포장해가거나 사주기도 하고
한달에 두번정도는 꼭 만났어요.
그만큼 저한테는 정말 소중한 친구였고 이 친구한테 돈쓰는거 안아까웠어요.
계절마다 조카 옷도 사주고 필요한거 있다고 흘려 이야기 한거 기억하고 있다가
기프트콘으로 보내주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제가 제작년 봄에 결혼 했어요.
친구들끼리 돈 보태서 주었는데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까 그친구는 3만원 보탰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그런거 신경 안썼어요. 오히려 다른 친구들이 너무했다며 욕할때
그러지 말라고, 사정이 있었을꺼라고, 애도 있는데 힘들에 축하하러 와준 애한테
왜 그런소리 하냐며 편들었어요.
친구들중 그 친구의 가정사를 잘아는 유일한 사람이 저였으니까요.
많이 힘든거 알아요... 모르는거 아니니까 바라지도 않았고,
바라면 내가 나쁜애다, 제일 친한 친구라는 애가 그런거 바라면 안되지!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출산을 하게 되고 출산휴가, 육아휴직6개월 받고 바로 복직 했어요.
애 키워보니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리고 왜 그렇게 전전긍긍하며 살았는지
이해되고, 친구가 더 걱정되고 맘이 안좋더라고요.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우리 아이 돌잔치를 했어요.
그 친구는 저녁이라 신랑에게 아이 맡겨두고 왔다고 혼자 왔었고
친구들이랑 다같이 앉아서 식사했어요.
다 끝나고 갈때 친구가 작은 쇼핑백을 건내더라고요.
고맙다고 나중에 밥 먹자고 친구들 차비 들려서 보냈어요.
그리고 집에와서 선물 들어온것들 정리하면서 그 친구가 준 쇼핑백 안을 보았어요.
꼬깃꼬깃한 포장지로 혼자 열심히 포장한것 같은 친구 모습이 생각들어서
뭘 이런걸 준비했나 싶어 눈물이 나더라고요
근데 뜯어보니 안에 수건세개가 말려서 포장되어있더라고요.
처음 봤을때 실망이나 서운한거 전혀 없었어요.
없는 형편에 이것 준비하기도 참 망설였을텐데 내가 더 많이 챙겨줘야 겠다 라고 생각이 드는순간
수건을 펼쳐보니 수건마다 다른 아이 이름이 써져있었어요.
다른 돌잔치때 받아온 수건 같아보였어요. 그걸 저한테 선물 했더라고요.
안줘도 상관없었고, 우리 아이 생일 축하해줘서 고마웠음 고마웠지
다른친구라면 몰라도 그 친구한테는 절대 물질적 보상 바란거 없었어요.
너무 충격적이였어요. 빈손으로 왔다고 해도 절대 나무라지 않았을꺼예요.
그걸 잘 알고있는 친구예요.
신랑이 볼까봐 얼른 숨겨서 서럽장에 넣어놨는데...
당황스럽더라고요...
그냥 별일 없었단듯 친구랑 통화도 했고 단톡에서 대화도 했어요.
이걸 이야기 해야할지 말지 몇날 며칠을 고민했어요.
그런 선물을 해도 밉지 않았어요.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이해할수 있었어요.
근데 그런 기분 있잖아요. 차라리 하질 말지 하는거요.
혹시나 친구가 다른곳에 가서 이런 선물을 하면 그 사람들은 친구의 선물을 보고 판단 할꺼고,
그럼 이친구는 뭐가 잘못된지도 모르고 욕먹고 힘들어 할것 같아서 말해야 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제 오전에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어요.
누구야, 우리 애기 첫 생일 축하해줘서 너무 고맙서 선물도 너무 고마워.
근데 난 니가 빈손으로 와도 절대 널 미워하지 않아. 그리고 이건 니가 받은 선물이잖아.
니가 받은 선물을 다른사람에게 주면 재활용 한것 같아서 다른사람들 눈엔 안좋게 보일것 같아.
이렇게 이야기 했어요. 친구가 기분상하지 않도록...
근데 발끈해서 넌 내사정 알면서 하나뿐이라는 속내 다 털어놓는 친구라면서
그런 말을 어떻게 할수 있냐고, 니가 그러고도 친구냐고,
내딴에는 너 생각해서 가장 좋은거 찾은건데 말 그런식으로밖에 못하냐고,
한번도 안쓴 수건인데 그게 그렇게 아니꼽고 더럽냐고 불같이 화내더라고요
그런뜻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자꾸 지 할말만 하고...
저도 친구의 이런 반응에 너무 실망해서 너 그렇게 안봤다고, 니 걱정되서
나니까 널 이해하고 이렇게 이야기 하는거 다른 사람이였으면 너 욕먹는다고
저도 화냈어요.
20년 넘는 시간동안 제가 뭘 한지 모르겠어요.
제가 한말이 기분 상하게 할 말이였나요?
그런거라면 사과할꺼예요.
근데 전 도저히 그 친구가 용서가 안되요.
그런 선물을 한건 괜찮아요. 비빌언덕이 저밖에 없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해요.
전 나름 좋게 기분 안상하게 말하려고 노력한건데
그 친구의 반응을 보니 얘가 절 완전 호구로 본것 같아서 너무 화가나요.
여러분 의견은 어떠세요...
20년 넘는 세월이 무너진것 같아서 어젯밤에 한참을 울고...
아침에 회사갔는데도 정신이 멍해져서 조퇴하고 집에와서 이렇게 글씁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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