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평범한 워킹맘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1학년 아들 두 명 있어요.
남편은 둘째고, 위로 누나.. 저한테는 형님이 한분 계십니다.
형님한테는 16살짜리 딸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저희 집에서 데리고 있구요.
형님은 이혼하셨습니다. 전남편이 바람을 피웠거든요.
그런데 어리숙한 사람이었는지... 딱 한번 그랬던걸 또 바로 들켜가지고
딸아이가 10살이 될 때까지 헤어지지는 않고 그 일로 욕하고, 싸우고, 쫓아내고 따로 살았다 합치고를 반복..
그러다 결국 이혼해서 전남편은 태국에서 해산물 한국으로 들여오는 사업하면서 대박이 나고
매달 법에서 판결난(?) 양육비 이상의 돈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딸은 또 지극히 사랑하나봐요.
형님은 현재 투병중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도저히 딸 아이를 옆에서 챙기거나 건사할 상황이 아닙니다.
이혼하고 술독에 빠져 살면서 심각한 우울증과 알콜중독으로 심신이 다 망가진 상태입니다.
그나마 제정신일때도 예민해서 시어머니 만나러 와서도 욕지거리 하고 싸우고 나가서 연을 한 2년 끊었다가
작년 겨울에 조카딸아이가 거의 통곡을 하면서 지 외할머니.. 시어머니께 한밤중에 전화를 했더랍니다.
엄마가 술만 마시면 때리고, 욕하고, 학교도 못가게 교복도 다 찢어버렸다고.
그래서 그 새벽에 시어머니는 저희한테 전화 하셨고,
제 남편은 누나 챙기러 전 아직 아이인 조카딸 아이 챙기러 한밤중에 강동구에서 경기도 오산까지 찾아갔죠.
갔더니 정말 사람 살 곳이 못 되더라고요. 쓰레기통만 봐도.. 밥 한번도 안해먹고 다 인스턴트, 배달음식..
아이는 2년전에 만났을때랑 키도 별 차이 없는데 몸은 더 말랐고...
저 보자마자 품에 달려와 안겨 소리내 울지도 못하고 발발 떠는데.. 머리카락을 가위로 마구 잘라놨더라구요.
형님은 거실에서 잔뜩 취한채로 흔들어 깨워도 못 일어날 만큼 인사불성으로 누워있었구요.
그 길로 저는 아이 데리고 운전해서 집에 왔고, 남편은 다음날 아침까지 형님이랑 같이 있었어요.
아이 재우고,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며칠 못 갈거 같다고 대신 전화하니
담임선생님도 형님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계셨던 듯 하더라고요. 담임으로서 챙기는 것도 한계가 있었겠죠..
남편은 다음날 늦은 밤에나 들어왔어요.
누나 병원에 입원 시켰다고. 당장 병증 있는 거 치료 끝나면 재활원으로 옮겨 넣을 거라구요.
다행히 시아버님께서 남긴 유산이 좀 있어서 형님 치료비는 시어머니가 감당이 가능하셨어요.
문제는 이제 조카딸 아이의 거취였죠. 형님 밑에 아이 뒀다가는 정말 사단이 나도 날 것 같고
그렇다고 시어머니 보고 중학생 딸 아이 맡으시라고 하기엔... 집 밖에서 보행기에 의존하시는데...
친구들한테 말했을 때 그냥 보호시설로 보내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애들도 있긴 했지만
알아보지도 않았지만 친지가 그래도 이렇게 지척에 사는데 보호시설에서 받아주지도 않을 것 같고
무엇보다 도의적으로도 한창 상처 많이 받을 나이에 아빠 잃어, 엄마한테 학대당해, 친인척한테까지 버려지면
이 아이 인생이 망가지고도 남을것이며 그 죄는 또 누가 다 받나 싶더라구요.
신랑은 저한테 미안해서 데리고 있고 싶어도 입은 못떼고 제 눈치만 보고 있었고
저도 아직 어린 두 아들내미에 갑자기 사춘기 소녀까지 케어한다는게 상상 이상의 괴로움일 것 같아서
결정이 절대 쉽지 않았어요. 그대로 한달 반을 끌었죠.
형님 병원에 계신동안 그 아이 혼자 자취하듯 자기 집에 겨울방학때까지 지냈어요.
방학하고 나서는 밤에 게임하고, 낮에 자고... 그런 생활을 반복했나봐요.
다행히 아이가 좀 당찬데 또 선은 지키는 아이라 나쁜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지는 않는 것 같았죠.
전 아직도 한달반동안 혼자 그 칙칙한 집에 있게 했던게 너무 미안합니다..
애초에 일이 터졌을 때 애 아빠한테 전화해서 아이의 상황을 알렸을 때
사업차 태국에 가 있던 애아빠는 자기가 비용을 다 댈테니 아이가 태국으로 오길 바랬지만..
아이가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지금 이 상황에 자기 아빠한테 가면 엄마 정말 죽는다고.
맨날 때리고 욕하는 엄마가 정말 밉고 싫지만, 진짜 죽어버리는건 싫다고 그러더라구요..
저랑 남편이 설득해서 그래도 혼자 지내는건 아닌거 같다. 엄마 괜찮아지면 다시 들어오면 되지 않느냐...
아이가 절대 안간다고 하더라구요. 어찌나 고집이 센지. 여권이라도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어찌 될까 싶었는데
그걸 또 어떻게 눈치챘는지 주민번호도 안가르쳐주고, 여권 사진도 안찍으려고 하더라구요..
결국 한달반을 고민하고.. 아이가 중3으로 올라가기 직전인 상황에 제가 데려오라고 했어요.
이미 일주일에 한번은 가서 집 청소도 해주고 반찬도 주고, 매끼니 배달음식 먹지 못할 정도의
적절한 용돈도 좀 주고.. 그러고 있기는 했지만, 막상 데리러 가니까 아이도 많이 외로웠는지
바로 따라나서더라구요. 다니고 있던 학교에 미련도 없다구요. 아마 집안 환경이 이러니...
아이가 학교에서도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저희 집 근처에 새로운 학교로 전학시키고, 짓꿎은 아들내미들한테도 누나 말 잘들으라고 단단히 교육시키고
어차피 학원가거나 나가서 뛰노느라 하루에 몇분 있지도 않는 애들 공부방을 방으로 줬습니다. 엄청 좁지만..
침대 넣고, 행거 넣으니 책상 놓을 자리도 없더라구요. 중3이라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일테니
집에서는 남동생들 때문에 공부 안될테니까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있는 독서실도 끊어줬습니다.
성적이 생각보다 괜찮더라구요. 반에서 10등 안에는 드는 등수였거든요. 한번도 학원은 안다녔답니다.
아이가 눈치를 보는걸 못 숨기면서도 그걸 또 내가 알면 속상해 할까봐 당차게 지내는걸 보면서
제 마음이 다 아프고, 안쓰러워서.. 형편상 종합학원 보내주는건 그렇고, 수학이 좀 약한거 같길래
수학 보습 학원을 보내줄까? 라고 했더니... 우물쭈물 인터넷 강의만 좀 신청해 달라고..
아이는 새 학교에서 나름 적응도 잘하고, 수학여행에서 맥주 마시다 들켰다고 학교에 한번 불려가긴 했지만
어째 같이 맥주 마셨다고 서 있는 친구들 뽐새가... 절대 누구 해코지 할 애들은 아니더라구요..하하;
호되게 혼내고 한달동안 용돈도 반으로 줄이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맨날 애어른 같던 애가
진짜 나이답게 논 것 같아 안심이었습니다. 맥주 맛 어땠냐고 물어봤더니 너무 맛없었대요.^^
형님은 차도 좀 있습니다. 알콜중독자들은 알콜 때문에 상한 몸상태 회복하는데만 1년이 넘게 걸리고
그 후가 진짜 중독치료과정인데. 간경화도 많이 사라지고, 뇌기능도 어느정도 회복했다고 하더라구요.
형님이 저 볼 면목이 없다고 저 면회안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번달에 많이 나아졌다고 해서 뵈러갔죠.
딸 아이 안부를 열심히 물으시다가 갑자기 엄청 걱정스러운 투로
실은 딸 아이가 아직도 초경이 없다고. 혹시 그 집가서 시작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16살까지 초경이 없다니 진짜 늦어도 한참 늦긴 한거죠?
솔직히 전 아들 둘만 키우다 보니 제가 여자여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참 모르겠습니다.
우리 남편은 말 한마디도 조심조심이에요. 아들내미들이랑 친구처럼 서로 바보, 멍충이 하면서 노는 아빤데
16살 소녀라니.. 저보다 사실 더 혼란스러울거에요.
십대 딸 키우시는 톡커분들한테 그래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어요.
저 나이때 쯔음에.. 공부 같은거 말고 정서적으로 어떤 부분을 챙겨 줘야 하는지..
아이가 아직 초경을 안했는데 병원에 데려가 봐야 하는지 아니면 더 기다려볼 일인지..
아무래도 상처가 많은 아이일 테니 심리치료를 받게 해볼까 진지하게 얘기해 본 적이 있는데
아이가 너무 난색? 무서워? 하는거 같아서 우선은 그냥 두고 있어요. 친구들도 제법 잘 사귀는거 같고..
형님이 정말 쾌차해서 아이를 보듬을 수 있는 정신상태로 거듭나면 당연히 아이는 엄마에게 보내야겠죠.
여전히 애아빠는 태국으로 아이가 들어와서 외국인 학교에서 유학도 하면서 지냈음 하는 것 같지만
아이가 엄마가 있는 한국에 여전히 있고 싶어 하니... 저희가 한동안은 부모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이 아이의 이 시기가 나중에 커서도 악몽이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저희를 좀 더 편하게 생각해서 눈치 보지 않고
또래 아이들처럼 투정도 부리고, 괜한 반항도 하고 그러면 오히려 기쁠 것 같은데.. 제가 이상한건가요?
지금은 너무 애어른 같아서.. 저 속이 얼마나 곪아 터졌을까 생각하니 너무 안타까워서요.
같이 데리고 산지 6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오히려 정신없던 처음보다 지금이 더 생각이 많네요.
그간 상황을 알려야 더 적절한 조언을 들을 거 같은데.. 오히려 글이 어수선해졌어요.
죄송합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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