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그날 밤, 마지막 고객이 떠난 후에도 회사 컴퓨터 시스템이 계속 작동하고 있었다. 강수현은 마케팅팀의 신입사원으로, 첫 야근을 하며 다음 날 있을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의 “인기 상품” 페이지를 재구성하는 프로젝트였다.
“이것은 브라우징 목록을 볼 때 보이는 전체 검색 결과 페이지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인기 판매자(Top Sellers)’ 같은 것이죠.”
수현은 메모를 남기며 잠시 머리를 쉬게 했다. 밤 11시 30분. 빈 사무실에는 그녀 혼자만 남아있었다. 창밖으로는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수현은 다시 집중하여 온라인 쇼핑몰의 검색 결과 페이지를 분석했다. 트래픽 데이터, 전환율, 체류 시간… 숫자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녀의 눈이 화면의 한 부분에 멈췄다.
“이상하네.”
지난 3개월간의 데이터를 확인하던 중, 매주 금요일 밤 11시 45분부터 새벽 3시 15분까지 ‘인기 상품’ 페이지에 이상한 트래픽 스파이크가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시간대에 쇼핑몰 전체 방문자는 줄어들지만, 오직 ‘인기 상품’ 페이지만 방문자가 급증했다.
더 이상한 것은, 그 시간대에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단지 페이지를 보기만 했다. 같은 IP에서 수백 번씩 새로고침을 누른 흔적도 있었다.
호기심에 수현은 현재 접속 중인 방문자 수를 확인했다. 이 시간에는 보통 50명 내외. 그런데 화면에는 ‘현재 접속자: 1,291명’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말도 안 돼…”
시계를 보니 11시 43분이었다. 데이터에 나타난 이상 현상이 시작되는 시간까지 2분 남았다. 수현은 라이브 트래픽 모니터링 화면을 열었다. 눈 앞에서 숫자가 올라가고 있었다. 1,300… 1,350… 1,500…
그때 모니터가 깜빡였다. 순간 사무실의 모든 불이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어쩌면 천둥번개 때문에 전기가 불안정한 것일 수도 있었다.
화면이 다시 밝아졌을 때,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인기 상품’ 페이지가 열려 있었지만, 제품 이미지들이 이상했다. 모든 제품 사진에 사람 형체의 그림자가 비쳐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제품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수현은 눈을 비비고 다시 화면을 확인했다. 그림자는 여전히 있었다. 심지어 계속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사진 속 그림자들이 제품을 만지작거리는 듯했다.
“뭐지…?”
그녀는 다른 페이지로 이동해 보려 했지만, 마우스가 움직이지 않았다. 키보드도 작동하지 않았다. 화면은 자동으로 스크롤되기 시작했고, 제품 하나하나를 천천히 훑어 내려갔다. 각 제품 이미지에 있는 그림자는 모두 달랐다. 어떤 것은 키가 크고, 어떤 것은 작았다. 하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얼굴이 없었다.
갑자기 화면이 검게 변했다. 그리고 흰색 글씨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우리는 당신이 판매하는 것을 봅니다. 우리는 언제나 지켜보고 있습니다.
수현의 등줄기로 소름이 돋았다. 화면이 다시 ‘인기 상품’ 페이지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모든 제품 이미지가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림자는 사라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수현은 급하게 노트북을 종료하려 했다. 그 순간, 모니터에 자신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쳤다. 그리고… 그 뒤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수현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사무실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하지만 모니터로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 거기에는 분명 자신의 뒤에 서 있는 그림자 같은 형체가 보였다.
공포에 질린 채 수현은 노트북을 덮고 가방을 챙겨 사무실을 빠져나가려 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지만, 엘리베이터가 오지 않았다.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던 중,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가 없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수현씨, 아직 사무실에 계신가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누구세요?”
“보안팀입니다. 방금 시스템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습니다. 혹시 ‘인기 상품’ 페이지에 접속하셨나요?”
“네… 왜요?”
“그 페이지에 접속하신 건 언제부터였죠?”
“한… 30분 전쯤부터요.”
“지금 몇 시인지 아세요?”
수현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새벽 3시 16분이었다.
“이… 이상해요. 분명 아까는 11시 45분이었는데…”
“수현씨, 지금 어디 계신가요?”
“비상계단이요. 집에 가려고…”
“움직이지 마세요. 지금 바로 갈게요.”
수현은 통화가 끊긴 후에도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어떻게 3시간 이상이 순식간에 지나갔을까?
그때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보안팀 분인가요?” 수현이 소리쳤다.
대답은 없었다. 발소리만 점점 가까워졌다.
수현은 아래층으로 뛰기 시작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휴대폰으로 불빛을 비추었다. 그 순간, 벽에 비친 그림자가 보였다. 그녀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훨씬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쭉한 형체였다.
1층에 도착했을 때, 수현은 로비를 향해 달렸다. 유리문을 통해 밖을 보니, 누군가 밖에서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에 젖은 모습이었지만, 분명 그녀 자신이었다.
밖의 수현이 입 모양으로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돌아가지 마.”
그 순간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같은 번호였다.
“수현씨, 제발 사무실로 돌아오세요. ‘인기 상품’ 페이지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수현은 전화를 끊고 유리문을 열었다. 밖에 있던 자신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수현은 그날 밤 있었던 일을 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다음 날 회사에 출근했을 때,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아무도 어젯밤 시스템 이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보안팀에 확인해봤지만, 어제 그녀에게 전화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수현은 준비한 자료를 발표했다.
“이것은 브라우징 목록을 볼 때 보이는 전체 검색 결과 페이지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인기 판매자(Top Sellers)’ 같은 것이죠.”
PPT 화면에 ‘인기 상품’ 페이지가 나타났다. 모두가 화면을 보고 있을 때, 수현만이 그것을 볼 수 있었다. 각 제품 이미지에 비친 희미한 그림자들. 그리고 회의실에 앉아 있는 동료들 각자의 뒤에 서 있는 검은 형체들.
그들은 모두 수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미소 짓고 있었다.
그날 이후, 수현은 매주 금요일 밤 사무실에 홀로 남아 ‘인기 상품’ 페이지를 새로고침한다. 11시 45분부터 새벽 3시 15분까지.
그들이 원하는 대로.
그리고 그들은 매일 밤 조금씩 현실 세계로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컴퓨터 화면 속에만 있던 그림자들.
이제는 모니터에 비친 형체로 보이고.
곧 당신의 뒤에 서게 될 것이다.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이 화면처럼.
보이십니까? 당신 뒤에 서 있는 그림자가.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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