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자취방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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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썰

[괴담] 자취방의 거울

 

나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서울로 상경해, 오래된 빌라의 반지하 방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방은 작고 습했지만, 월세가 저렴했고 학교와도 가까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방 한쪽 벽에는 크고 오래된 전신거울이 붙어 있었다. 처음엔 거울이 있는 게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거울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줄은 몰랐다.

첫 번째 이상한 일

자취를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밤늦게까지 과제를 하다 거울 앞을 스치며 지나가는데, 내 뒤에 누군가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순간 소름이 돋았지만, 뒤를 돌아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하지만 그날 이후, 거울 앞을 지날 때마다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점점 심해지는 불안감

이상한 일은 점점 더 자주 일어났다. 밤에 잠에서 깨어나면, 거울 쪽에서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처음엔 바람 소리라 생각했지만, 그 소리는 점점 또렷해졌다.

“나 좀… 꺼내줘…”

 

 

 

나는 무서워서 거울을 천으로 덮어두기도 했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천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어느 날은 거울 표면에 손자국 같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 나는 청소기로 닦아내려 했지만, 얼룩은 지워지지 않았다.

친구의 방문

하루는 친구가 놀러왔다. 나는 괜히 겁을 먹은 것 같아 친구에게 거울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웃으며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 밤, 친구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했다.

“누가 내 목을 잡고 거울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어. 진짜 생생했어.”

그 말을 듣고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친구는 그날 이후 다시는 내 방에 오지 않았다.

거울 속의 존재

어느 날, 나는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내 모습 뒤에, 희미하게 검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 순간, 거울 속 내 얼굴이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거울 속 나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거울을 방에서 내다버리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거울은 너무 무거워 혼자 들 수 없었다. 결국 다음 날 아침까지 버티기로 했다.

마지막 밤

그날 밤, 나는 악몽을 꾸었다. 거울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기어 나와 내 몸 위에 올라탔다. 차가운 손이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숨이 막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림자는 내 귀에 속삭였다.

“여기… 내 집이야…”

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 순간, 눈을 떴다. 숨이 가쁘고 온몸에 식은땀이 흥건했다. 하지만 내 손에는 거울 조각이 들려 있었다. 나는 분명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거울의 정체

다음 날, 나는 집주인 아주머니께 거울에 대해 물었다. 아주머니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 거울, 예전에 살던 사람이 두고 간 거야. 그 사람도 밤마다 악몽을 꾼다고 했었지. 결국 이사 가버렸지…”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날 바로 거울을 방 밖에 내다버렸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새벽에 거울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면, 아직도 누군가 내 방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혹시라도, 오래된 거울이 있는 방에 혼자 산다면, 밤마다 거울 속을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곳엔 당신이 모르는, 또 다른 누군가가 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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