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물여덟 직장인 여성입니다.
현재 2년 넘게 만나온 남자친구가 있고,
남자친구는 서른다섯 직장인이에요.
만나온 시간이 있다 보니 서로 자연스럽게 결혼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는데요.
최근 남자친구 여동생이 결혼을 하면서 저희도 결혼에 대한 더 구체적인 생각과 계획을 이야기 나누던 중 기분 상하는 일이 있었어요.
기분이 상했다고 표현하기도 좀 그런데.
참 구린 일이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 이일로 헤어진 상태고요.
남자친구는 위로 누나 한 명, 아래로 여동생 한 명 있습니다.
누나는 5년 전에 결혼을 했다고 들었고, 여동생은 2주 전에 결혼을 했어요.
저는 아직 남자친구 가족들과 만나온 자리가 없어서 따로
식장에 가지는 않았고
남자친구를 통해 작은 선물만 전달했습니다.
남자친구 여동생은 서른한 살,
여동생 남편은 서른일곱입니다.
남자친구 여동생은 평범한 사무직 직장인이고
여동생 남편은 초등학교 교사라고 해요.
여동생은 결혼 자금으로 5천을 모아서 갔고,
여동생 남편은 8천을 모아서 갔다고 들었어요.
양가에서 받은 도움은 전혀 없다고 들었고 대출 껴서 경기도 권에 있는 신축 아파트로 전셋집 구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지금 결혼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남자친구가 먼저 결혼한 누나보다 00이가 결혼을 못 한 거 같다고 이야기 하면서 매제 된 사람을 살짝 흉 보길래,
무슨 소리냐 00언니 결혼 잘한 거다.
초등학교 교사면 공무원이고 노후걱정도 없는 직업인데
왜 그런 말을 하냐고 그리고 이제 식구 된 사람한테
뭐가 부족하다느니 아쉽다느니 평가하는 거 아닌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매우 뚱한 표정으로 00이가 결혼 잘 한건가? 라고 말하며, 하긴 우리 엄마랑 00이가 엄청 골라서 한 거니까 잘 한거겠지~
그래도 서른일곱에 8천이면 조금 적은 거 아닌가? 라고 말을 하면서 그래도 조금 아쉽다며 여동생 남편의 조건을 깎아 내리듯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순간 뭐가 그렇게 아쉬운지 정말 궁금해서 남자친구에게 뭐가 아쉽냐고 언니 조건에 비하면 결혼 잘 한거 아니냐고 물었어요.
제말에 남친은 조금 흥분하면서 그래도 00이는 5천 모아서 결혼하지 않았냐고, 요즘 여자가 서른한 살에 결혼하면서
자기 힘으로 5천 모아 가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자기 누나는 3천 모아서 더 좋은 조건의 매형을 만나 결혼했다는 말도 하고요.
저는 여기서 너무 어이가 없었어요.
남자친구는 저희 결혼 이야기 나오면서부터
요즘은 반반 결혼을 많이 한다더라.
남자는 군대 다녀와서 여자보다 사회생활 늦게 시작하기 때문에 나정도면 많이 모은 거다 라며 은근 자랑을 했었습니다. 또 저에게 은근 반반결혼 하기를 원했고 남자 능력 보는 여자들을 한심하듯 이야기 했었어요.
솔직히 저도 지금까지는 반반결혼해도 상관없다 생각했었고, 남자가 군대로 인해 여자보다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하는 점은 잘 알고 있기에 별 생각 안했었는데.
지금 보니 이게 그 흔히 말하는 나는 되고 너는 안 돼! 놀부 심보 아닌가 싶더라고요.
남자친구가 굳이 입 밖으로 말한 건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저에게 한 말과 자기 여동생을 보며 한 말은 정말 너무 달랐어요.
마치 자기 여동생은 그래도 되는 사람. 너는 그러면 안 되는 사람. 이라고 정해 놓은 것 처럼요.
여동생은 남자 능력보고 결혼해야지 결혼 잘한 거고 똑똑한 거고 현명한 거고,
여자 친구 또는 다른 여자들은 남자 능력보고 결혼하면 속물인거고 한심한 거고 남자신세 망치는 거고?
자기가 모은 7천은 대단 한 거고 자기 식구 된 매제가 모은 8천은 부족한 거고?
서른다섯에 중소기업 과장 달면 세상 나이스한 신랑감이고 서른일곱에 초등학교 교사면 아쉬운 조건이고?
이게 뭔가요?? 정말 이 논리가 맞는 건가요?
어떻게 이렇게 따로 따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죠?
사람 뇌가 맞나 싶네요.
자기 여동생이라 그런 건가요?
요즘은 애들도 없어서 초등학교 교사도 안전하지 못하다며.
옛날만큼 교사교사 하는 거 없어졌다면서.
혼자 중얼중얼 거리는데.
남자친구가 더 이상 뭐라 말하든 귀에 들어오지는 않고
이건 뭐지? 얘는 뭐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하며 모든 저의 사고를 정지시켰어요.
그래서 제가 정말 덤덤한 표정으로 오빠가 그렇게 강조했던 반반 결혼 못하는 여동생의 조건은 괜찮은 거야?
라고 물으니 얼굴이 빨개지더라고요.
다른 이야기 하자고 말을 돌리면서요.
그 당시 남자친구에게 할 말도 많고 정말 이건 어디서부터
다시 생각을 해야 하는지 싶었지만,
저도 그날은 누가 망치로 두더지 머리를 때려잡듯
머리가 쿵쾅쿵쾅 아파 와서 (아마 남자친구 때문인 듯.)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일찍 헤어져서 집에 왔습니다.
남자친구도 제 말에 얼굴이 빨개져서는 서둘러 집에 갔고요.
그러고 이틀 뒤, 바로 어제 남자친구를 퇴근하고 만났는데 또 결혼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자기는 내년 5월쯤 하면 좋을 것 같다고요. .
자기 혼자 신나서 이야기 하는데 제가 결혼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어요.
그 이유는 다들 아시리라 생각하고요.
남자친구는 갑자기 왜 마음이 변했냐면서 다른 남자 생겼냐고 의심을 하대요.
남자친구는 평소에도 집착이 조금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본인도 인정을 했었어요.
그래서 무슨 소리냐고 그냥 조금 미루자고 이야기하니
제 핸드폰 뒤져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막 혼자 생난리를 치길래 저도 화가 나서 전에 못했던 말들을 해버렸어요.
오빠가 그랬잖아.
남자 능력보고 결혼하는 여자는 한심하다고.
그런데 오빠 동생은 제외인거야? 오빠 누나는 제외인거야?
00언니 결혼하기 전에는 매제 될 사람이 교사라고 은근 좋아했으면서.
왜 이제 서야 아쉬운 조건 이라는거야?
왜 00이가 더 아깝다고 그러는거야?
왜 언니가 5천 해가니까 안타깝게 생각하고 나에게는 반반 결혼이 좋다고 말하는 거야?
왜 언니한테는 매제 될 사람이 8천 가져왔으니 너는 4천만 해가도 된다며 말했던 거야?
오빠도 반반 결혼 원하면서, 매제는 반반 결혼 원하면 안 되는 거야?
오빠는 그래도 되고, 매제는 그러면 안 되는 사람인거야?
00이 언니는 그래도 되고, 나는 그러면 안 되는 사람인거야?
나 정말 궁금해서 그래. 오빠.
오빠는 왜 그런 거야? 하며 물으니
얼굴이 또 새빨개져서는 요즘 많이 피곤하냐며 걱정해주는척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지금이 제일 제정신이야. 나 아무래도 오빠랑 결혼 못 할거 같아. 라고 말했어요.
그말 들은 남자친구는 흥분해서 너도 요즘 뉴스에서나 나오는 페미냐는 소리 하길래.
정말 벌레 보듯 오빠는 그럼 기생충이구나.
하고 나와 버렸어요.
그랬더니 혼자 멍해져서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 제가 차에 타서 시동 거니 이름 부르며 쫓아 오대요? 쫓아오든 말든 그대로 혼자 집에 와서 모든 전화 연락 안 받았어요.
자기 전에 헤어지자는 말만 남기고 차단했습니다.
그냥 자기 전에 누웠는데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사람이랑은 결혼, 연애 그 어느 것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남자친구가 평소에도 욱하는 성격이 좀 있는데 혹시 나쁜 짓 할까봐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회사에 사정 얘기하고 급하게 연차내서 본가로 내려와 있어요.
다행히 연차가 많이 남아서 이번 주 다 쓰기로 했습니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초록창에 안전이별을 검색하고 있고요.
이게 지금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2년 가까이 만나온 시간이 너무 허무하고 억울하고
뭔가.. 이유 없는 화가 납니다.
남자친구에 대한 화, 내 자신에게 나는 화.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
자기 누나, 여동생은 돈 보고 결혼해도 되고, 자기 여자 친구는 그러면 안 되나요? 다른 여자는 안 돼요?
나는 그러면 안돼요?
돈 보다 그렇게 생각하는 마인드가 너무 싫습니다.
그리고 저희 결혼 이야기 나오면서부터 서로의 경제 상황을 오픈했어요. 그런데 이걸로도 저를 후려치듯 이야기 하던데 후려칠 조건인가요?
간단히 소개하면, 둘 다 인 서울 나왔고요.
저는 현재 6천 모았고 작년에 새 차 하나 뽑았습니다. 세후 280
반면 남자친구는 7천 600정도 모았고 바퀴만 굴러가는 중고 자차 하나 있습니다. 세후 320
연봉은 오빠가 조금 더 높지만 나이에 비하면? 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군대 다녀온 2년이라는 시간을 빼도, 5년 먼저 사회생활 했으면 그 정도는 더 벌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평소에 저보다 조금 더 번다고 자랑해대면서 자기 아쉬울때는 반반 얘기 하길래 지금까지 더치페이 해왔습니다.
저는 전문직이라 앞으로 경력이 쌓일수록 연봉이 올라가고 다른 직종에 비해 이직이 쉽습니다.
또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도 육아휴직과 같은 직원 복지가 좋은 곳이라 한번 들어 온 사람은 절대 안 나가요.
그래서 결혼 후 경력단절에 대한 고민도 없어요.
남자친구는 그냥 평범한.. 중소기업입니다.
아! 과장이라고 하네요^^
남자친구는 현재 경기도에 있는 부모님 집에 생활비
일절 보태는 거 없이 기생하고 있고요.
저는 취직과 동시에 부모님이 전셋집 구해주셔서 출퇴근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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