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나와 내 친구였던 인간이 학생 시절 체험한 이야기.
때는 바야흐로 여름방학. 친구였던 놈을 나나라고 하겠다.
나는 나나와 심령현상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나나는 항상 실실 웃는 경박한 놈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유형의 사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나에게 왜 그렇게 잘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친해졌다.
애초에 심령현상을 연구하자고 꺼낸 건 나나였다.
[여름이니까, 좋잖아?] 끈질기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약간 기분나빴지만,
그다지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나는 단번에 OK했다.
[장소는 어디로? 마을 근처 터널?]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장소를 말했다.
하지만 나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아픈 곳, 나는 무리..]
나는 나나의 이 말을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왜 무섭다는 말 대신 아프다는 말인지..
지금와서 알 수는 없지만,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장소를 몇 군데 말했지만,
그때마다 나나는 내 의견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뭐라도 한 소리 하려는 그때, 나나가 입을 열었다.
[우리 학교 뒷편에 아파트 있잖아. 거기 가자.]
그 아파트의 존재는 나도 알고 있었다. 심령적인 의미가 아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 같이 무수한 담쟁이 덩굴 잎으로 휘감긴 아파트.
섬뜩한 아파트는 아니지만, 입주자가 없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록 철거되지 않고 그자리에 계속 있었다.
[그런데 가도 아무것도 없잖아. 유령이 있을 이유가 없어.]
[괜찮으니까 거기 가자.] 나나는 나를 억지로 설득했고, 다음날 종업식 후에 그 아파트로 향하게 되었다.
시간은 호우 4시 36분. 우리는 아파트 앞에 있었다.
종업식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나서 집에서 게임을 했다.
왜 서둘러 아파트로 가지 않았던 것일까. 왜 나나는 곧장 아파트로 가지 않은 것일까.
지금도 잘 모른다. 그저 그 아파트에 갔던 것을 후회만 하고 있을 뿐이다.
잠시후 갑자기 나나가 [자 이제, 슬슬 가볼까?]라고 말하더니 나를 이끌고 그 아파트로 향했다.
그때 나나의 멋있어 보이던.. 반대로 슬픈 것 같은 표정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나나는 숨을 한 번 내쉬더니 [끝났다....]라고만 말했다.
그 말의 의미를 잘 몰라서 나나에게 말했지만, 나나는 아무런 말 없이 내 손을 잡았다.
평소의 나나가 아닌 다른 모습의 나나였다.
나나는 계단을 오르더니 302호라고 적힌 곳에 멈췄다.
기분나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었다. [나나.....?]
나나는 대답도 없이 문 앞에 있던 시든 화분에서 열쇠를 꺼내서 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기에는 사람이었던 것이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나는 소리를 지르며 뒤도 자빠졌다.
문 앞에 여자가 쓰러져 있었고 그 몸 아래에 엄청난 양의 검붉은 피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봐! 이것이 인간의 삶이야! 편해지고 싶어서 죽으려고 했지만,
아직도 고통 속에 몸부림 치는 거야. 이 여자는 2일 전에 자신의 배를 칼로 그었어.
2일 이라고! 아프고 괴로워서 도와달라는 목소리도 안나오는데 속으로 외치며 죽은 거야.
죽고 싶어서 배를 그었는데도 막상 닥치니까 죽고 싶지 않다니.. 참 개좆같은 세상이야!]
나나가 랩이라도하듯 빠른 말로 지껄여댔다. 나는 시체나 엄청난 양의 피보다 나나가 굉장히 무서웠다.
[죽고 싶지 않아도 죽는 거야!!! 죽고 싶지 않아도 죽는 거니까!!! 참 웃기지?? 신따위 좆까라!!
도와주는 사람따위 이 세상이 멸망해도 없다 이기야!] 나나는 계속 그런 식으로 외쳤다.
나는 필사적으로 나나에게 매달려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울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나나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경찰, 불러야겠지?] 나나는 그렇게 말했다. 조금 전까지의 무서운 모습의 나나는 없었다.
하지만 내 친구였던 실실 웃고 경박하던 나나는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는 경찰을 불러서 사정을 이야기 하고 집으로 갔다.
우리는 이 일에 대해서 단 한마디 말도 안 하고 헤어졌다.
그날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왜 나나는 그 아파트에 가자고 했던 걸까.
왜 나나는 그 여자가 2일 전에 자살을 시도한 것을 알고 있었을까.
왜 나나는 그 집 열쇠의 위치를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나나가 말했던 끝났군..
이 말은 뭐였을까. 오컬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나는 분명히 죽은 사람의 목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거다.
죽기 직전의 단말마 같은 것이겠지.
나나가 끝났군..이라고 중얼 거렸을 때, 그 여자는 죽었던 걸까.
열쇠의 위치도 그 여자의 생령 같은 것이 도와줘서 알았던 걸까.
하지만 우리는 늦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굉장히 슬퍼졌다.
우리가 늦었던 탓에 그 여자가 죽은 거야..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었는데도..
우리가 빨리 갔더라면.. 여기까지 생각한 나는,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만약 아까의 가설이 옳고 나나에게 이상한 힘이 있다면, 왜 나나는 곧장 아파트로 가지 않았을까?
왜 나나는 곧바로 경찰이나 구급차를 어제 시점에서 부르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야. 아니야. 어쩌면 자살이 아닐지도 몰라.
그 방에는 피 웅덩이와 시체는 있어도 흉기 따위는 눈에 띄지 않았다.
아니야. 아니야. 그 전에 어쩌면 그 이전에..
우리가 그곳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그 사람이 죽은 걸까?
만약 아직 죽은 상태가 아니라면.. 그리고 자살이 아니라면..
거기까지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후로 나는 나나와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후로 나나와 나는 어느 사건을 계기로 영원한 단절을 맞이했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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