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여혐편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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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

그것이 알고싶다 여혐편 보셨나요?!...

그저 성인여성들끼리,
좀 더 세상경험이 많으신 여성들끼리
얘기하고 싶었어요..

오늘 방송한 "그것이 알고싶다" 보셨나요?!
그거 보고 참 슬프기도 하고 우울하네요..
어쩌다 사회 분위기가 이렇게 되었지? 라고 생각하다가
아니, 예전부터 여자들은 당했지만..
주위의 편견 때문에 혹은 무지, 무관심 때문에
얘기를 못하고 쉬쉬하고 있어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지금은 여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니
이제서야 문제가 드러나고 있구나 싶네요.
오늘 방송을 보고 잊고 있었던..
오래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수치스러운 기억도 떠올랐어요.

초등학교 6학년때..
학급 부반장이었고, 지극히 평범한 6학년 어린이.
또래친구들보단 발육상태가 좋아
생리도 시작했고 키도, 가슴도 컸던...
몸은 성장기였지만,
성이 무엇인지, 성추행이 무엇인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알지 못했던 그때.
청소시간이었어요.
그시절엔 교실바닥이 나무로 되어있어서 초 나 왁스로
쭈구리고 앉아 바닥을 닦게 했었거든요.
바닥을 닦으면서 바지가 조금 내려가서
팬티가 보였나봐요...
지나가던 옆반 할아버지 선생님이
엎드려 있는 제 엉덩이쪽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위로 튕겼어요
깜짝 놀라 뒤돌아 본 저를 보며 제 엉덩이를 한번
토닥토닥거리며 웃으면서 갔어요
교실.. 친구들이 있던 그 장소에서..
나의 담임 선생님이었던 여자 선생님도
계셨던 그 장소에서...
엄청 부끄러워진 제가 담임쌤을 쳐다봤는데,
막 웃고 있던게 아직도 생생히 떠오르네요.
웃고있는 담임을 보고
아~이건 그냥 장난이구나. 라고만 생각했던것
같아요..별거 아닌 일이라고...
이게 계기였던것 같아요
성추행을 그냥 장난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


그 후 학원 다닐때 집으로 돌아가려는 저를
기다리면서 몇몇 남자얘들이 여러번
제 가슴을 만지고 도망갔던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한명으로 시작이 되었는데,
나중엔 그들만의 게임이 되어서..
도망쳐도, 화를 내도 소용이 없었어요.
오히려 그얘들을 더욱 즐겁게 만든 일이 되었죠.
학원 쌤들이나, 부모님껜 말씀 드리지 않았어요.
차라리 걔들이 나를 때렸더라면..말씀 드렸겠지만..
가슴을 주무르고 가는 일이 그때의 나에겐
말할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었거든요.
결국 학원을 그만두는걸로 끝이 났죠..)
그때도 계속 그냥 싫은 장난이구나, 별거 아닌일
이라고 내내 생각했었어요

장난이고 별거 아닌 일인데..
나는 수치심을 느꼈고,
왠지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혼자 생각했었어요.
말하면 내가 더 혼날것 같은 느낌때문이었던것 같아요.

지금까지 계속 한번씩 떠오를때면
그저 짓궂은 장난.
성에 무지했던 그 시절의 나.
그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오늘 방송을 보고
몹시 화가 나면서 슬프기도 한걸 보니
그들에게만 그저 짓궂은 장난.
나에겐 계속 남아있는 마음의 상처.
였다는걸 깨닫게 되었네요.
어린 시절의 나는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였을 뿐인데..
가해자들을 합리화 시켜주고
나 스스로 그들에게 변명거리를 주고 있었네요.

근데, 이게 나만 당한 일은 아닐거라 생각들었어요.
다들 저처럼 한번씩은 원치 않게
수치심을 느끼며 말 못했던 경험 없으신가요?
저처럼 그때는 성추행이라는걸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된 경우도 많이 있을거라고,
이렇게 여자로 태어나면
한번쯤은 가볍게든, 무겁게든
성추행, 성폭력을 당해본 여성분들이 정말
많이 있을거라고 생각드네요.

근데
성추행을 당한것보다
더 상처 받는건...
아무렇지 않아하는 주위의 시선.
유난이다, 과민 반응이다 혹은
니가 잘못했겠지 라는 반응인것 같아요.
제가 그 할아버지쌤 얼굴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그 장면을 보고 깔깔거리며 웃고있던 나의 담임쌤
얼굴은 표정까지도 생생히 기억나는걸 보면...

그냥 방송보고 나니 가슴이 답답해져서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고 싶어져서
글 써봅니다..
남혐을 얘기하려는게 아니라,
남에게 상처줄수 있는 일들이 너무 쉽게 용인되고
용납되어오고 있는 일들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그것이 알고싶다 보면서 진짜 와닿았던 말이
성추행, 성폭행, 혐오를
방관하는 사람들이 더욱 문제를 만들고 있다.
라는 말이었네요.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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