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힘내서 일하려면 얼른 자야하는데, 마음이 뒤숭숭해서 판을보다가 어떤 의사선생님 글을 읽고 저도 글을 적어봅니다.
판에는 참 간호사 욕하는 글이 많아서 조심스러운데, 이시국에 저의 직업을 욕하시지는 않겠죠 ..ㅠㅠ
저는 국가지정 음압병실에서 일하고있어요
대구는 아니지만 대구에서 밀려들어온 중증 환자들때문에, 쉬는날도 반납해가며 3교대라고 보기힘든 2교대 수준의 스케줄을 소화해가고 있습니다 .
처음에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이 시국에 코로나 환자를 직접 케어한다는 .. 사명감이요.
저희는 요즘 물도 못먹고 밥도 못먹고 화장실도 못가고 12시간 넘게 일해요.
옷은 땀에 흠뻑젖고 , 스스로 밥을 먹지 못하는 중증환자의 밥을 떠먹여주죠. 저는 하루종일 물한모금도 못먹었는데요.
환자분들은 편식도 하시고..
제 또래의 너무 건강한? 코로나 환자분들은 간식도 달라고 하시고.. 바디워시 린스 달라고 하는분도 있었고 .. 별별 요구를 다 들어봤네요 .. 누구는 얼음물달라 누구는 따뜻한물을 가져와라 ..ㅎㅎ
나름 단단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 오늘은 환자 밥을 먹여주다 밥냄새에 눈물이 났습니다 . 너무 오래 공복이라 밥냄새가 역하게 느꺼지더라구요.
보호구 장비 아끼라는 병원의 압력도 지치고, 열악한 환경도 지치고..
저희한테 핸드폰 충전기 가져다줘라 , 과일은 없냐 묻는 환자분도 지치고..
다들 예민해서 날서있는 병원 공기도 숨막힙니다 .
병원에 요즘 마스크도 부족해요.
보호구도 유통기한 임박한 물건도 많구요.
전국적으로 보호구가 많이 부족하다고 하더라구요..
수많은 기부금은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
저도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병원일이 그래도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는데, 한달만에 무너지네요 제가 ㅎㅎ
다들 건강 잘챙기시고, 혹시 병원에 코로나로 입원하시게 된다면
보호구 입고 땀뻘뻘 흘리는 간호사에게
너무 못되게 굴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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