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이트에서 맘아파서 퍼옴.
의사들 불쌍함.
[제목] 나는 응급의학과 의사입니다.
저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입니다.
대학병원은 아니지만 선별진료소가 있는 종합 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구는 아니고.. 대구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지역입니다.
확진자 중에 1명은 제가 직접 보고 바로 앞에서 기침 맞아가며 검체 채취했던 환자이기도 하고요.
어렵게 의대 입학해서 비싼 등록금 내고 눈물콧물 다빼며 공부해서 졸업하고..
머리만 대면 자기 바빴던 (엘리베이터에서 잠든적도..) 인턴 시절 지나서..
남들 다 말리는 응급의학과 지원했습니다.
만취상태 환자한테 머리채도 잡혀보고 뒤통수 발로 까여보기도 하고
환자 보호자한테 쌍욕은 부지기수에.. 소송 걸려서 경찰서/법원 왔다갔다 하면서도..
전 제 일이 좋았습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저런 많은 환자들보다..
바이탈도 호전되고 좋아져서 집으로 병동으로 수술실로 가는 환자들이 훨씬 많았으니까요..
펠로우도 하고 세부 전공으로 중증 외상이나 중환자의학 전공하고 싶었는데..
현실의 벽에 막혀 그건 포기했습니다.
홀몸이면 하겠는데.. 남편도 있고, 당시 임신 중이라서..;;;
여튼 응급환자 보는거 천직으로 여기며 즐겁게 살아왔던 일개 임상 의사입니다.
근데..요즘처럼 의사로 무기력한 적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어제 제가 일하는 병원에 39도 이상의 고열 나는 환자가 119 타고 오셨습니다.
열 나고 왼쪽 옆구리도 아프다... 기침, 가래는 없다.
누워만 지내던 환자라서 해외여행은 커녕 대구 근처에도 가본 적도 없다.
신우신염 등 요로감염 가능성 높다고 생각하고 저희 병원 응급실에서 보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폐렴 의심되는 환자는.. 음압 격리 병상이 없는 2차 병원에서 보기는 어렵습니다.
코로나 양성 나오면 의료진 격리에 전 응급실 폐쇄해야 되는 상황이라..
그렇다고 열나는 환자를 전부다 대학병원으로 보내버리면..
진짜 대학병원 진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일단 저희 병원에서 보겠다고 했습니다.
검사 하다보니... 폐렴이네요.
아프다는 왼쪽 아래쪽 폐에 염증이 쫙 깔려서.. 그거 때문에 옆구리가 아픈거.. 신우신염이 아니라..
아찔하더군요..
시국이 시국이라 저도 우리 간호사들도 N95 마스크는 썼지만 레벨D 방호복은 커녕 비닐 가운만 입고 있었습니다.
저랑 우리 간호사랑 노출된거야.. 이미 노출 되었으니 어쩔수 없고...
그 시간부로 바로 응급실 내부 폐쇄했습니다.
환자는 계속 열은 펄펄나고 피검사는 엉망이라 집으로 퇴원시킬수도 없고..인근 대학병원 모든 곳에 전화했지만 이미 열나는 의심환자들로 음압 병실, 중환자실 자리도 만실.. 받아줄 수 있는 곳도 없고..
우리 병원 응급실 폐쇄하고 내일 낮에 코로나 검사 나올 때 까지는 응급실에서 치료하는 수밖에...
밤새 경증 환자는 당연하고 중증 환자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밤 사이 39도 이상 열나는 80대 할머니가 119를 타고 온갖 병원을 거쳐 거쳐
도저히 받아 줄 수 있는 병원이 없다고.. 이 병원에서 도저히 안되겠냐고 부탁부탁하는데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1~2시간만 지체되어도 원인에 따라서 최악의 상황으로 나빠질 수도 있는 환자..
수액 달고 해열제, 항생제 주면 좋아질 수도 있다.. 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원래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던 간경화 환자가 갑자기 의식이 쳐져서 검사가 필요하다고 119에서 전화가 와도..
빨리 오세요. 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학병원도 환자 많아서 수용이 안되고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라
앰뷸런스 타고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게 될 껄 알면서도 받을 수가 없었어요..
만에 하나 지금 있는 환자가 코로나 양성이 나온다면...
오늘 낮 12시쯤 저 환자의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전 격리 상태입니다.
혹시라도 양성이 나온다면.. 전 2주 가량 격리되겠죠.. 그럼 우리 아이들은 어떡하지요?
오시던 시터 이모님도 출근하기 좀 그렇다며 저희 집을 병균 취급하며 지난주에 그만 두시고
유치원도 못 가는 아가들 둘이 있는데.. 남편 출근해야 할텐데..
남편한테 전화하고.. 아가들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데..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그냥 상황이 좀 그래. 하고 담담하게 끊었네요.
아마 남편이 시어머니라도 부르던지 하겠지요.
정치도 종교도 경제도 저는 잘 모릅니다.
20살 이후 학교, 병원 왔다갔다 하며 의학만 공부했지, 다른 분야는 완전 바보천치 무지랭이에요.
그래서 정치고 종교고 경제고 간에 난 잘 모르겠고,
그냥 나한테 도움을 청하는 환자들을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나와 내 가족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서 좋아지게 만들어서 집으로, 병동으로, 수술실로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안그래도 워킹맘으로 사느라 주말에도 응급실 근무한다고 남편한테 애들한테 못해준 게 많아 미안했는데..
밤샘 근무 후 아침에 집에 가면 엄마, 엄마, 엄마 하며 안아달라고 달려나오는 아가들한테
엄마 씻고! 씻고! 씻고! 씻고 안아줄게!를 여러 번 하다보니
이제 눈치만 보고 화장실 불 먼저 켜주고 엄마 씻고 나올 때까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리 아가들이 생각나서 눈물이 나네요.
이 와중에 지난 주부터 저희 병원엔 귀에 거는 덴탈 마스크가 바뀌었어요.
이전에 쓰던, 코도 잘 잡아주고 넓게 잘 커버해주던 제법 두께감이 있던 덴탈 마스크가..
갑자기 얇디 얇은 한겹짜리 하늘하늘한 하얀 중국산 싸구려 마스크로 바뀌었어요.
이전에 쓰던거 없어요? 했더니.. 우리 간호사들이.. 이거밖에 안 들어와요. 하네요..
레벨D 방호복도 두 박스 정도 남았다네요. 1~2주 정도 쓸수 있을거 같은데..
지금 속도로 환자가 증가한다면 더 빨리 소진되겠죠.
더 들어오겠죠? 했더니.. 잘 모르겠대요.
대구처럼... 없어서 못 쓸 정도는 아직 아니니, 감사해야 하는 건가요?
이젠 의사로서도 제대로 살 수 없게 하는 이 나라가 정말 원망스러워요.
워낙 전염력이 높은 병이니 세계적인 전파야.. 어쩔 수 없었겠죠.
언제 퍼져도 퍼질 수 밖에 없는 바이러스였겠죠.
그래도.. 조금 느리게 할 수는 있었잖아요.
미국의 전략처럼, 전파를 막지는 못해도..
좀 천천히 전파되도록 해서 중증 환자도 차례차례 잘 받아줄 수 있고,
검사용 키트도 더 안전하고 정확하게 만들고, 치료용 백신도 열심히 개발하고..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었잖아요.
집에서 엄마 기다리고 있을 우리 아가들도 생각나고..
출근 준비 하다가 갑자기 저 못 들어간다고 해서 멘붕 됐을 우리 남편도 생각나고..
어제 119 타고 왔던 열이 펄펄 끓던 할머니가 어떻게 되셨을지 걱정되어서..
밤샘 근무 후에도 잠이 오질 않네요.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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