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바깥공기 마시며 외식하러 나갔던 차돌박이 짬뽕집. 그 집은 점심시간엔 늘 만석이지만 30분 일찍 나가 자리잡은 덕분에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않아 성인 남자 셋이 바로 옆 자리에 앉았다.
내 대각선으로 한 명, 내 옆으로 나란히 두 명 앉은걸 보니 내 대각선에 앉은 놈-이하 대놈-이 사장인듯 했다.
들으려한건 아니었지만 본의 아니게 세 남자가 주문하는걸 듣게 되었다. 대놈과 내 옆옆의 40대 중반 아저씨는 볶음밥, 내 옆의 젊은 총각은 잡채밥을.
젊은 총각이 잡채밥이요. 하는 순간 대놈 왈, '너 여기 잡채밥 먹어봤어? 맛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시켜?'
맛이 있든 없든, 메뉴도 자유로이 못 시키나? 생각하며 대놈을 한 번 쳐다보곤 말 없이 단무지를 하나 집어들었다.
이윽고 내 차돌박이 짬뽕이 나와 열심히 흡입하고 있는 와중에
잡채밥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눈이 따라갔는데 잡채 양도 그리 수북하지 않았고, 그냥 잡채양념장에 밥을 준 듯한 모양새였다. 내 눈엔 썩 맛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잡채밥이 탁자에 올려진 순간 대놈이 지 먹던 숟가락을 잡채밥에 가져가며 몇가닥 있지도 않은 당면과 야채와 밥을 쓱쓱 비벼-물론 한쪽 귀퉁이에서 한 숟갈의 양이었다- 한 입 먹어보곤 '오 잡채밥도 괜찮네?' 하며 또 떠서 쳐먹더라.
순간 대놈 앞에 있는 볶음밥을 보게 되었다. 1/3정도 남았더라.
물론 정말 맛이 궁금해서 먹어볼 수도 있는거라 생각하지만, 적어도 상대방의 의사 정도, 아님 양해라도 구하고 먹어야 하는거 아닌가?
맛 한번만 볼께 혹은 나 좀 먹어봐도 될까 하고 물어봤다면 적어도 내가 대놈을 식탐부린다 생각하지 않았을텐데.
꼴 보기 싫은 눈으로 대놈을 한 번 봐주곤 그냥 내 밥을 먹었지만, 내 밥을 다 먹고나서 잡채밥을 보니 그냥 안쓰럽더라.
내가 당연하다고 남도 당연한게 아닌데.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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