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엔 그것은 식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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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

내가 보기엔 그것은 식탐이었다




오랜만에 바깥공기 마시며 외식하러 나갔던 차돌박이 짬뽕집. 그 집은 점심시간엔 늘 만석이지만 30분 일찍 나가 자리잡은 덕분에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않아 성인 남자 셋이 바로 옆 자리에 앉았다.
내 대각선으로 한 명, 내 옆으로 나란히 두 명 앉은걸 보니 내 대각선에 앉은 놈-이하 대놈-이 사장인듯 했다.
들으려한건 아니었지만 본의 아니게 세 남자가 주문하는걸 듣게 되었다. 대놈과 내 옆옆의 40대 중반 아저씨는 볶음밥, 내 옆의 젊은 총각은 잡채밥을. 
젊은 총각이 잡채밥이요. 하는 순간 대놈 왈, '너 여기 잡채밥 먹어봤어? 맛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시켜?'
맛이 있든 없든, 메뉴도 자유로이 못 시키나? 생각하며 대놈을 한 번 쳐다보곤 말 없이 단무지를 하나 집어들었다.
이윽고 내 차돌박이 짬뽕이 나와 열심히 흡입하고 있는 와중에



옆 테이블의 볶음밥 두개가 먼저 나오더라. 잡채밥은 아직이지만 볶음밥은 나오자마자 말도 없이, 대놈과 40대 중반 아저씨는 흡입을 하였고 젊은 총각은 폰만 만지고 있는지 5분 정도 되었던가.
잡채밥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눈이 따라갔는데 잡채 양도 그리 수북하지 않았고, 그냥 잡채양념장에 밥을 준 듯한 모양새였다. 내 눈엔 썩 맛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잡채밥이 탁자에 올려진 순간 대놈이 지 먹던 숟가락을 잡채밥에 가져가며 몇가닥 있지도 않은 당면과 야채와 밥을 쓱쓱 비벼-물론 한쪽 귀퉁이에서 한 숟갈의 양이었다- 한 입 먹어보곤 '오 잡채밥도 괜찮네?' 하며 또 떠서 쳐먹더라.
순간 대놈 앞에 있는 볶음밥을 보게 되었다. 1/3정도 남았더라.

물론 정말 맛이 궁금해서 먹어볼 수도 있는거라 생각하지만, 적어도 상대방의 의사 정도, 아님 양해라도 구하고 먹어야 하는거 아닌가?

맛 한번만 볼께 혹은 나 좀 먹어봐도 될까 하고 물어봤다면 적어도 내가 대놈을 식탐부린다 생각하지 않았을텐데.
꼴 보기 싫은 눈으로 대놈을 한 번 봐주곤 그냥 내 밥을 먹었지만, 내 밥을 다 먹고나서 잡채밥을 보니 그냥 안쓰럽더라.

내가 당연하다고 남도 당연한게 아닌데.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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