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가 여기가 아닌 걸 알지만, 여기가 여성분들이 많아 제 심정을 공감해주실 것 같아 올리게 됐습니다.
저는 32살, 직장 다니는 평범한 여자입니다.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한 명이 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예전엔 잘 몰랐는데, 나이 들고 보니 참 계산적인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이 친구는 밥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만 하면 어김없이 핑계를 대고 다시 자리에 앉아요. "엇! 잠시만 나 립스틱 좀~" 이러거나 "어, 나 엄마 답장 좀 해주고~" 이런식으로요. 이미 커피 마시러 자리를 옮기기로 해서 몸을 일으켰는데 항상 저런식으로 다시 앉아 버리니까 자연스럽게 일어선 제가 밥 값을 계산하게 됐어요. 비교적 저렴한 커피값은 당연히 친구가.. 이게 한 10년은 꾸준히 반복이 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못 느꼈다가 어느 순간이 되니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밥 값은 못해도 3만원 가까이 나오는데, 그걸 항상 제가 계산하고 있는 게 빈정도 상하고, 본인은 커피값만 내면서 '우리는 친구끼리 돈 문제 없어서 참 좋아~' 이러고 있는 것도 짜증나고.
그래서 한번은 제가 먹은 것만 현금으로 딱 맞춰서 낸 적이 있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날 때 쯤 또 '잠시만~' 이러면서 슬그머니 앉길래 이번엔 저도 같이 앉으
근데 친구가 만 원짜리 한 장을 쳐다보더니 '야~ 정 없게 친구끼리 이게 뭐냐?' 이러는 거예요. 저도 쌓인 게 너무 많다 보니 이게 뭔 뜻인지 알겠더라고요. 그동안 니가 다 내더니 오늘은 왜 나누려고 하냐, 이 뜻이겠죠.
그래서 만원을 도로 가져가면서 "아~ 니가 사주는 거였구나? 너한테 밥 얻어 먹는 거 첨인 거 같다. 고마워 잘 먹었어!" 하곤 지갑에 쏙 넣고 먼저 일어났죠. 가타부타 변명하며 내가 내게 할까봐요. 저도 10년 동안 쌓인 게 많긴 했나봐요.
그런데 진짜 정 떨어지는 게 밥을 먹었으니 이제 커피 마시러 자리를 옮기잖아요? 근데 평소엔 무조건 커피'만'! 그것도 항상 아메리카노로 마시던 애가 제가 커피를 계산하는 입장이 되니 케이크에 마카롱에 무슨 라떼에 아주 작정을 하고 시키네요. 굳은 얼굴로 메뉴판 뒤적이며 이것저것 주문하는데 오만 정이 다 떨어졌... 근데 거기가 스타X스 같은 프랜차이즈가 아니고 소규모 개인 카페라 그날따라 베이커리류가 다 떨어졌다고 ㅋㅋㅋ 커피랑 음료종류 밖에 주문이 안된다고 하는 거예요. 점원은 막 미안하다고 그러는데 얘는 얼굴 막 썩어들어가고. 결국 그 중에서 제일 비싼 파르페를 시켰습니다. 그날 비와서 옷도 젖고 내부는 에어컨 때문에 쌀쌀했는데 입술 파랗게 질릴 때까지 그 파르페를 다 먹더라고요.
그날 이후, 이 친구가 자기가 밥 값을 다 낸게 억울했는지 뭔지 아주 뻔질나게 연락이와요. 생각해보면 원래도 얘가 먼저 연락 왔던 거 같긴 한데, 원래는 보름
대학 동창들이 왜 이 친구랑은 안 다니려고 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만 같습니다. 저는 왜 호구같이 10년을 친구로 지냈는지 모르겠지만요.
이제라도 저는 이 친구와 연을 끊으려고 해요. 그간 10년 동안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이 친구한테 돈 쓰고 시간 쓰고 한 게 무지 아깝지만, 지금이라도 저한테 스트레스 안 주는 친구들 만나며 맘 편히 살고 싶네요. 혹시 나중에 딴소리 할까봐 인스타그램에 이 친구랑 마지막으로 먹었던 음식사진 올리며 '친구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사준 밥. 진짜 맛있었어!' 하고 그 친구 태그걸어놨어요.
이제 연 끊으렵니다. 남자든 여자든, 자기한테 돈 쓰는 거 아까워 하는 사람 만나는 거 아닌 것 같아요.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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