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만난 남자친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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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

8년째 만난 남자친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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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이 길어질 것 같아요.
위로가 받고 싶은건지
꿋꿋이 살아갈 방법과 용기가 필요한건지
사실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얼굴 모를 누군가가
하소연 한다는 생각으로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제목 그대로 8년정도 만난 남자친구가사고로
너무나 급작스럽게 저를 떠났습니다.
그 일이 있은지 이제 두달쯤 되었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 무던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죽지않고 살아가고 있기에 새삼스레 제 지인들에게
마음을 토로하기에도 부담스럽고,
눈물을 터트리기에도 미안합니다.
하지만 어딘가에 털어놓고 싶습니다.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인지도 모르게 쏟아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혼잣말하듯 일기 쓰듯 이곳에 꺼내어 봅니다.

많이 다쳤다는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보게되면
뇌리에 박혀 트라우마로 남을까 겁냈던 것에 비해
막상 입관 전 마지막으로 본 그 사람의 고요한 얼굴은
기억이 났다 안 났다, 벌써 희미한데
이른새벽, 그 사람 가족을 통해 죽음을 전해 듣던 날
그 이야기를 전해주던 사람의 흐느낌과 떨리는 목소리는
아직까지도 제 귀에 너무나 생생해요.

문득문득 그렇게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왜 혼자 그렇게 가버렸나
그 사람이 혼자 갈 외로운 길, 내가 같이 가주고 싶다.
나도 함께 있을 때 사고가 났음 좋았을 걸
그래서 우리 둘이 같이 그렇게 돼버렸다면
나는 지금 이렇게 아프지 않을텐데..

그 사람의 장례식에선, 마음껏 펑펑 소리내어 울지도 못했어요.
나 너무 아파요. 슬퍼요. 힘들어요. 너무 보고싶어요.
하고 울부짖고 싶어도, 그 사람 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은 아마
제가 느끼는 상실감과 슬픔의 몇백배는 될테니까요.
그래서 많이 참았습니다.
내가 그렇게 맘껏 슬퍼할 자리 아니다..
나는 잘 보내줘야한다..
몇번이고 저 스스로를 다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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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 전 마지막 누워있는 그 사람을 보면서도,
화장장에 들어가기 전에도,
한줌의 재가 되어 내 손에 다시 왔을 때에도
잘 가라고 꼭 좋은 데 가야한다고 제발 잘 지내달라고
입 밖으로 꺼내진 못하고 속으로 되뇌이기만 했습니다
잘 들리게 크게 말해줄걸 소리쳐줄걸 후회도 됩니다..

마지막 말 한마디 없이 나를 이렇게 두고 떠난 그 사람이
너무나 원망스럽다가, 화가 났다가, 체념했다가
결국 마지막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나의 아픔보단
웃으며 장난스레 약속하던 미래의 많은 것들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허망하게 간 그 사람이 눈물나게 불쌍합니다
죽은사람만 불쌍하다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
저는 결국 그 사람을 맘 한 켠에 묻고 내 인생을 살테니까요..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
어쩌면 정말로 결혼을 할 수도 있겠죠.
아이를 낳을수도 있겠구요.

내가 아무리 슬퍼해봤자 나는 살아있고,
이렇게 이기적이게도 나 살 궁리를 하고 있고,
또 그런 저를 보면 그사람은 얼마나 서운할까 걱정돼요..

그저 열심히 살며 소망하던 소소한 바람들을
이제 그는 아무것도 해 볼 수 없게 돼 버렸으니까요.
그 점이 미치도록 불쌍하고 안쓰럽습니다.
꼭 오랜친구를 잃은 것처럼, 그리고 젊은 나이에 힘들게
앞만 보며 아둥바둥 살다 간 그가 너무 불쌍합니다.
안쓰러워 죽겠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렇게 힘들게 살지나말지..

좋은 것들 많이 누리고 좋은 음식에 좋은 곳 다 가보고
그렇게 살던 사람이었으면 차라리 마음이 덜 아플까요.
차라리 이렇게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많이 아팠던 사람이었다면,
이런일을 상상이나 했다면 그랬다면 조금은 덜 슬펐을까요.

나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인데
갑자기 찾아온 감당하기에 벅찬 이 슬픔이 너무 무섭습니다.
주위에서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결혼하기 전에 그래서 다행인거다. 살 사람은 산다.
저라도 누가 주위에서 이런일을 겪었다면
그렇게 말하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앞으로 내 주위에 누군가 이렇게 큰일을 겪게된다면,
말을 아끼겠다, 다짐도 합니다.

정말 못됐지만 비슷한 일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하는 위로는 위로로 와닿지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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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람의 지인들이 나에게 하는 위로도,
그래봤자 니넨 잠깐 슬프다 언제그랬냐는 듯 잊어버리겠지
반감이 듭니다. 그저 인사치레로만 들립니다.
그사람이 잊혀질까봐 너무 걱정됩니다.
세상은 그대론데 그사람만 없는데,
이 세상에 혼자 남은 거 같은 기분도 듭니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기도 합니다.
그냥 잠깐 헤어져있는 것 같은, 그냥 그 사람이 내가 싫어
어디로 연락도 없이 마냥 숨어버린 것 같은 그런 기분입니다.
같이 갔던 곳에 가면 미치도록 마음이 사무칩니다.
너무나 그립습니다.
그 사람의 웃음소리, 목소리, 화내던 모습마저
모든것이 그립습니다.

이 일을 겪으니 내 주위에 모든 죽음들이 더욱 더
크고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사망뉴스를 보면 그 전보다 훨씬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별 생각이 다 들어요. 그 전에 아무렇지 않게
남일처럼만 생각해서 내가 벌을 받나 생각도 들고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많은 안타까운 죽음에
더 많이 슬퍼해주지 못한 것, 더 많이 안타까워하지 못하고
넘겨버린 것이 미안해집니다.

일순간에 모든 게 싫어지기도 합니다.
나를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이 건너 건너 소식을 듣고
나를 불쌍해 하는 것도 싫고,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그 사람의 죽음이 입에 오르내리는것도 싫고..

그저 그 사람의 명이 거기까지였겠죠..?
우리는 인연이 아니었겠죠..
그래서 이렇게 일찍 세상을 훌쩍 저버린 거겠죠..?
그냥 거기까지였다고, 막을 수 없었을거라고
아무리 용을 써도 벌어질 일이었을거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해야 한결 마음이 편합니다..


그 사람이 죽고나니 평소엔 믿지도 않던 것들에
여기저기 의미를 두게 됩니다.
혹시나 그 사람이 아직도 사고현장에서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본인도 본인의 죽음이 믿기지 않아
아직도 어딘가 떠돌고 있지는 않을까, 말도 안되는 생각.

마지막에 내 얼굴을 떠올리기는 했을까
그럴 겨를은 있었을까 이기적인 생각도 해봅니다..

그 언젠가 나도 이세상을 떠나게된다면,
그때는 만날수 있을까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만나게 될까요.
아니면 죽어서도 만날 수 없을까요.
부질없는 생각들만 해봅니다..

그사람이 그렇게 되고, 처음에는 제가 못 살 줄 알았습니다.
죽어도 못 보낸다 눈물바람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줄 알았어요.
가끔 톡에 이런글이 올라오면 다들 으레 그 정신으로 글 쓸 정신은 있니? 하며 빈정거리는 댓글들을 보며 일정부분 동조했었는데

막상 제 상황이되니,
그 사람을 따라가주긴커녕, 어떡하면 내가 덜 힘들까,
덜 생각날까, 빨리 떨쳐버릴 수 있을까. 그 마음이 더 크고

걱정하며 간간히 연락오는
그 사람의 지인들과는 연락을 아예 끊어버렸습니다.
연락만 오면 그 사람이 생각나니까요.

그렇게 정말 괜찮아진것처럼 살고,
평소처럼 웃고, 농담도 하고......
살아지더라구요.

그렇게 살고 있는 제가 다행스러우면서도
스스로 너무 가짢고 어이없고 혐오스러워요.

그렇게 사랑한다더니, 8년간 만나며 별 일이 다 있었어도
그 사람을 못 놓더니, 내 사랑은 고작 이정도였나? 싶어서요.


하지만 문득 두렵기도 해요.
그냥 제가 제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 같아서요.
아프고 싶지 않아서 그냥 피하는 것 같은,
언젠간 한꺼번에 터져나와 한꺼번에 몰려올까봐요.
멀쩡히 웃다가도, 괜찮은 것 같다가도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죽어야 볼 수 있는, 아니 어쩌면 죽어서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는 차가운 현실이 너무나 아프고
한없이 깊은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것 같은 절망을 느낍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잘 하고 있는걸까요, 잘 잊어내고 있는걸까요.
무슨 대답을 바라고 어떤 이야기들을 해주시기를 바라는 건지
제 자신도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이렇게 좋은날,
읽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괜히 어지럽게 흐트러 놓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써봅니다.

관심이 필요한 사람이라 생각하셔도,
그 큰일을 겪고도 멀쩡히 글이나 쓰고 앉아있는
속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셔도,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저는 믿어왔던 종교가 없어 제가 비는 것들은
신이 아무것도 들어주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시나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있다면,
그래서 하나 소망하는 게 있다면,
그 사람이 좋은 곳으로 갔기를,
나 같이 이기적인 사람은 잊고 온전히 행복해졌기를.
좋은곳에서 잘 있기를...
그렇게 한번만 마음속으로 빌어주시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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