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5년정도 전에 대학생이던 나는 친구 두명과 함께 심령스팟에 빠져 있었어
흔히 말하든 담력시험 같은건 아니고(물론 보통 담력시험과 같은 요소도 포함되있긴 하지만)
유명한 폐가라던지 하는 공포체험장소에 가서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떠들고 놀거나
다른 그룹이 담력시험등을 하러 오면 드라이아이스나 고기등을 이용해서 그 애들을 겁주고 반응을 즐기는 것이었어(뭐 끝나고 깨끗하게 정리했으니 비난하진 말아달라구)
여자도 없고 돈도 없고 가진거라곤 시간과 젊음 뿐이던 우리같은 놈들한테야 시간때우기로는 그만이었지
역시나 그런짓을 하다보면 당연히 어느정도 귀신체험을 하게되나봐
악..나 맨날 이런글 뒤지고 댕기고 써서 올리고 하다가 나도 체험하게됨 어쩔? 난 싫어~!!
오늘은 수많은 에피소드 중의 하나를 쓰려고 해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때 우리들은S현에 있는 폐가에서 술잔치를 벌일 계획을 세웠어
거기는, 「살고 있던 가족이 집단 자살했다」라던지 「강도에게 일가 전원 참살되었다」또는「미친 아버지가 가족 전원을 죽이고 먹었다」 라는등 어쩐지 수상한 소문이 있는 장소라서 귀신 목격담도 꽤 많았어
시골인데다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아무리 떠들어도 문제 없겠지..혹시 귀신이라도 볼 수 있으면 더 좋고..
뭐 이런 이유로 거기까지 가기로 한 거였어
우리집에서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갔던 그 집은 어디에라도 있을 법한 흔한 2층 집이었는데
사방이 숲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초목도 잠들어있는 오밤중이었기 때문에인지...
뭐가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은 공포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어
현지에서도 나름 유명한 곳이었지만 그날은 우리들 이외엔 아무도 없었어
「맘껏 떠들고 놀 수 있겠군」하고 웃으면서 우리는 깨져있는 창문을 통해 안으로 침입했어
집안은 상상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깨끗했는데 한 여름인 것에도 불구하고 왠지 서늘하고 쌀쌀한 느낌이었어
그리고 여름 특유의 축축한 습기에 불쾌감이 들었어
「오~좀 기대해도 될것같은데?」
라고 키가 큰Y가 싱긋 웃으며 말했어
「폐가라는 데 가보면 거의다 바보들의 아지트가 돼놔서 엉망진창이던데 여긴 깨끗하네?
어지럽히기도 전에 다들 무서워서 도망간거 아냐?ㅋㅋ」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둘러 보면서 Y가 말을 계속했어
「에이, 아지트로 하기엔 시내에서 너무 멀어서 그렇겠지ㅋㅋ」
라고 갈색 머리인 A가 반론했어
「아무렴 어때, 얼른 돌아보고와서 마시고 놀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전등을 켜고 선두에 서서 움직이기 시작했어
우리가 침입해 들어간 장소는 1층 주방이었고
주위를 돌아보듯이 욕실, 화장실, 다다미방, 거실, 계단, 침실, 어린이방...
대충 이런 순으로 집안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
(이번에도 귀신보긴 틀렸군)
하는 생각에 드디어 술잔치를 벌이려고 제일 넓었던 거실에 들어가려던 참이었어
문을 열려고 손을 대자 갑자기 오한이 느껴졌어
전신에 식은땀이 쫙 흐르더니 한순간에 기온이 10도정도까지 내려가기라도 한것처럼 한기가 느껴지는게 뭔가 본능적으로 그 문을 여는걸 거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하지만...
「뭐해? 빨리 열어」하는 A의 말에 떠밀리듯 그 문을 열고 말았어
그런데....
거실 한 가운데....
어린 사내아이가 혼자 앉아있었어
(이런 시간에... 이런 장소에... 이렇게 작은 아이가 혼자서?.......조금 전까지만 해도....없었는데?)
이 세상의 것이 아닌게 분명했어
사내 아이는 굳어져있는 우리를 보면서 빙긋 웃더니, 웃는 얼굴 그대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 다가오는 방법도 심상치 않았어...
한 걸음 한걸음 이쪽을 향해 내 딛을때 마다.....
아이의 몸이 무너져 가는 거야...
피부가 벗겨지고
피가 방울방울 떨어지고
살이 갈갈이 찢어지고
내장이 흘러 나오고....
그런데도 환하게 웃는 얼굴 그대로 점점 다가 오는 거야
나는 완전히 얼어붙어버려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어
그때 당장이라도 미쳐버릴것 같았던 나를 밀치더니 A가 앞으로 나갔어...
그러더니...
「야~시시하다! 다시해봐!」
하면서 귀신에게 호통을 치는 거야...,.ㅡ,.ㅡ;;
갑자기 혼이난 사내 아이는 그제서야 웃는 얼굴을 거두고 슬픈 듯한..아니 뭔가 곤란한 것 같기도한 얼굴이 되더니 사라졌어
그제야 간신히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나는 사냥개에 쫓기는 토끼처럼 폐가의 출구를 향해서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Y가 막아서는 바람에 탈출엔 실패하고 말았어
결국엔 그대로 붙잡혀서....
사내아이가 앉아있던 그 거실에서....
술잔치를 벌였지..
「와~~재밌었지? 또 안나오나?」라며 웃는 Y
「 좀더 오싹~하게 나와야지!시시했어ㅋㅋ」라며 외치는 A
이 녀석들은 반드시 어딘가 이상한 거겠지.....
덧붙여서 이 후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
여담이지만...
A는 「스너프 비디오(snuff film)를 보면서 스테이크도 먹을 수 있어」라고 공언하는 괴짜중의 괴짜야
(사실 그냥 바보지뭐 바보ㅋㅋ)
그런 놈이다 보니 모처럼 보게된 귀신이란게 제 성에 차지 않아서 내내 불만이었던것 같아
「한 번 귀신을 보고나면 잘 보게 된다」
이런 얘기 들은적 있어?
영감이 강해진건지, 영혼과 벡터가 맞게 된건지,,아니면 영혼을 의식하게 되서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진짜 맞는 말인것 같아
지금부터 쓰는 얘기는 몇년전에 당시 대학생이던 내가 키다리 Y와 갈색머리의 A
이 두친구들과 함께 심령 스폿을 즐기다 겪은 몇가지 에피소드중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귀신을 보게된 이야기야
대학교 1학년 겨울 방학을 목전에 앞둬 들뜨고 있던 우리는 주말에F현에 있는 **신사로 캠프를 하러 가기로 했어
그 신사는「여자가 강간후 살해당했다」혹은 「강간되어 세상을 비관한 여자가 목을 매달은 곳이다」하는 등의 소문이 있는 장소라서 이곳 역시 나름 심령스폿으로 유명한 곳이었어
저녁무렵에야 신사에 도착한 우리는 조속히 텐트를 치고 각자 따로 주위를 산책하기로 했어
보기에도 충분히 낡아 보이는 신사에서 도리이(신사앞 기둥문)의 칠도 거의 벗겨져 있는데다가 주위에 민가조차 잘 보이지 않아서 한층 더 외로움을 더해 보이고 있었어
(이정도라면 이상한 소문이 나는 것도 당연하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혼자 신사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보고 있었어
세 명이 1시간 정도 신사를 돌아보고 왔지만 이상한 일도 일어나지 않고 딱히 기분 나쁜 느낌도 없고해서
「역시 귀신같은게 있을리 없지」하고 웃으면서 우리는 저녁밥으로 카레를 만들기 시작했어
고기를 자르고 야채를 자르고 밥을 지어서 대강 완성한 카레를 끓이고 있을 때였어
「뭐해?」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었어
소리가 난 쪽을 보니 우리랑 동년배이거나 아님 조금 연상 정도일 것같은 여자가 한 명 서있었어
「응? 뭐하는 거야?」
여자는 다시 물어왔어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서 한순간 흠칫하긴 했지만 그 땐 아직 오후8시전 정도라 젊은 여자가 혼자서 걷고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시간대였으니까 우리는 곧바로 평상심을 되찾았어
Y「아, 캠프예요」
나「오늘 저녁밥으로 카레를 만들고 있어요」
A「누나도 괜찮으시면 같이 드실래요?」
여자「정말?」
여자는 우리들쪽으로 천천히 정말로 천천히 다가왔어
그때 나는 그 여자 모습에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어
뭐라고 능숙하게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뭔가..뭔가 이상했어
Y와 A도 같은 느낌이었는지 우리 세 명은 서로 눈을 마주치거나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하고 있었어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여자가 가까이 오고서야 나는 간신히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어
이 여자는 그림자가 없어...........
흔한 얘기라고 하는 사람들 있을지 모르겠는데
내가 말하는 건 그저 그림자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물론 그림자도 없었지만)
인간의 몸에 반드시 있을 수 밖에 없는 인중이나 눈의 구덩이라던가 그런데 생기는 그림자말야
마치 초등 학생이 그린 인물화와 처럼 그 여자에게는 음영이 전혀 없었던 거야
그 여자는 내가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는걸 아는 지 모르는지 내 옆에 앉아더니
히~쭉(글로 표현하기그렇지만 생긋, 이라던지 빙그레라던지 그런거 말고 감정없이 입모양만 옆으로 찢어지면서) 이빨을 내보이며 웃었어
그때 나는 하나 더 이상한 점을 깨달아 버렸어
이 여자 목이 이상하게 긴거야
처음엔 정말 평범했어
아무리 어둑하고 거리가 있었다고 해도 그정도는 알잖아
근데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여자는 목이 보통 사람의 2배 이상은 있는 것 같았어
Y도A도
이 여자가 비정상적인걸 이미 알고 있는것 같아보였지만 공포에 질려서인지 꼼짝도 못하고 있는것 같았어
당연히나도 뱀이 노리는 개구리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어
도망갈 수도 없고 눈을 돌리지도 못한채 우리는 오로지 이 비정상적인 상황이 끝나는 것만 기다릴 수 밖에 없었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에게는1~2시간은 된것처럼 느껴졌지만 아마 실제로는 단 몇분정도였을거야
느닷없이 여자가 소리내서 웃기 시작했어
깔깔깔
...미친것처럼...
고장난 인형처럼....
공포의 한계에 이르고 있던 우리는 그 웃음소리와 동시에 뛰어올라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나기 시작했어
차에 올라 가까운 편의점까지 풀 액셀로 달렸어
그 사이도 웃음소리가 귀로부터 멀어지지 않고, 진심으로 미칠 것 같았어
편의점의 주차장에서 겨우 한숨을 돌린 우리는
「우왓!! 저거 뭐야?!」
「진짜 무섭다」
라는 둥 떠들어대며 흥분 상태로 밤을 지새웠고 다음날 아침 일찍 신사에 정리하기위해 돌아갔어
당연히 여자는 더이상 그 자리에는 없었지만 무슨 영문인지 카레만은 깨끗이 다 먹어 치워져있더라고...
그여자가 먹었는지...떠돌이 개들이 와서 먹은 건지...알길은 없지만..ㅋ
그 여자가 단지 영혼의 한 종류였는지 아니면 원한 맺힌 망령이었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우리들이 빈번히 귀신 체험을 하게 된 것은 이 사건을 겪고나서 부터야
후일담이지만
이 사건의 일주일쯤 뒤에 Y와 A가 「우리 그 신사 또 가보자」라고 했을때는
이 녀석들 정말 귀신에 홀려버린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었어ㅋ
『밤에 우는 고개』라고 불리는 곳이 있어
내가 사는 지역에서 유명한 심령 스폿 장소인데 정식 명칭은 모르겠지만 『밤에 우는 고개』라고 하면 현지 사람이라면 다 아는 곳이야
그 날..밤 11시쯤에 우리 세명은 그 문제의 고개를 향해 차를 달리고 있었어
「시골길이라기에 어느정도 각오를 하고 왔는데 뭐야 이정도면 괜찮은 도로 아냐?」
하고 말한것은 B였어
난 여기가 고향은 아니었던지라 이 길을 가보는건 처음이었지만 아스팔트도 비교적 깨끗한게 새로 깔은것 같고 2차선으로 쭉 이어진 도로는 심령 스폿으로 유명한 산길이라기엔 좀 맥이 빠지는 느낌이었어
「귀신이 나온다길래 얼마나 으슥한 길일까 두근거리며 기대했건만..이게 뭐야ㅋㅋ아 실망이다 진짜 실망이야!실.망.이.라.고!실!마~앙!」
「윽..이 또라이가!! 하지마!!!!」
옆을 보니 뒷자석에 앉아있던 B가 운전석 시트를 잡아 흔들고 있었어
운전은 A가 하고 있었고 난 조수석에 앉아 있었어
A아버지의 차였던 경차가 휘청거리며 중앙선을 넘나들었어
마주오는 차는 없었어
있었더라면 그렇게 죽어버렸을지도 모르지..
「여기서 사고나면 우리도 귀신이 되서 나오자! 그럼 여기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심령 스폿이 되겠지?」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거 좋은 생각인데?ㅋㅋ」하며 B가 웃었어
떠들어대는 우리 옆에서 A는 크게 한숨을 내 쉬었어
게다가 그때 B와 나는 취해있었어
원래 집에서 술을 마시던 나랑 B가 술기운에 『어디 무서운 데라도 가볼까!』하고 갑작스럽게 운전을 부탁하려고 부른게 A였거든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길이니까 당연히 잘 닦아놓은거겠지..우리 마을에서 00시까지 갈때도 이 길로 가면 빠르다구」
이 차안에서 혼자 취하지 않은 A만이 냉정하달까..좀 화가 나 있는것 같았어
그 표정에는 빨리 이 두 바보들에게서 해방되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이 묻어나왔어
A야 미안..
근데 이렇게 싫어하면서도 항상 함께해 주는 것이 이녀석의 좋은점이긴 해ㅋ
「내 핸드폰 말야 녹음기능 있는데..이걸로 애기 울음소리 녹음할 수 있을라나?」
「에이~핸드폰으론 힘들지~ 완전 바로 옆에서 울어주면 모를까ㅋㅋ근데 울음소리는 녹음해서 뭐하게?」
내가 이렇게 묻자 B는 빙그레 웃더니
「알면서……」
「뭐?」
「ㅋ당연히 여자애들 놀래켜주려고 그러지~또 뭐가 있겠냐 짜샤!」
B의 고함소리가 차안에 울려퍼졌어
「니가 애를 울린거라고 생각하겠지 이 ㅂㅅ아..」
하고 옆에서 A가 한심한듯 쏘아붙였어
B는 웃느라고 정신없어서 못들었던것 같아
여기서 B가 말한『애기 울음소리』라는건 우리가 가고 있는 고개에 관한 건데
『한밤중에 울음고개를 지나가면 애기 울음소리가 들린다』라는 꽤 유명한 얘기야
주변에 그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이 하나 둘씩은 꼭 있었어
거짓말인지 진짜인지..
잘못들은건지 환청이었는지 그런건 일단 접어두고
그 고개에 가까워 지면서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전에 여기서 일어났던 사건들이 화젯거리가 되었어
내가 들은 얘기로는
어느날 한 가족이 차를 타고 이 고개를 넘어가는 길에 엔진이 고장이 났는지 차에서 연기가 나더래
부부는 재빨리 차에서 도망쳤는데 갓난아기가 혼자 차안에 남겨졌다는 거야
그 사고 이후로 이 고개를 지날때면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게 된거래
게다가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반드시 차 사고를 당한다고 하는 거야
「뭐야? 그럼 A야! 너 운전 조심해라」
B의 명령에 A는 큰 하품으로 응수했어
전화로 A를 불러 냈을때 아무래도 자고 있었던것 같은데...졸린건가..
「괴담이란건말야 꼬리지느러미만 남은 얘기야..」
하품을 하고 난 A가 말했어
「그게 뭔말이야?」
A를 보며 의아해하는 B와 나..
「여기서 사고가 일어나면 무조건 귀신탓이라고 하는 거지머..이것도 귀신탓... 그것도 귀신탓...저것도 귀신탓...」
라고 말하더니 A는 또다시 하품을 했어
「꼬리지느러미만....그러니까 다시말해서 몸통 즉 알맹이는 없는 얘기라는 거지..
아오..너네 아까부터 시끄러워 죽겠다 이자식들아」
나와 B는 마주보며 갸웃거렸어
우리 둘다 술에 취해있어서 인지 뭔 뜻인지 알아들을 수 가 없었어
「야, 다 왔다」
어느세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어
도로 옆에 차를 세워두고 우리 셋은 밖으로 나왔어
가로등 빛이 희미한게 생각보다 어두웠어
A가 차안에서 손전등을 들고 나왔어
소형 백열 전구의 흰 빛이 『밤 울음 고개』의 주위를 비추고 있었어
뭐랄까...심령스폿다운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어
길 양쪽 옆에는 나무가 우거져 있었고 바스락 거리며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났어
어느새인가 쉴틈없이 떠들어대던 B도 조용해져 있었어
「어떡할까?」
A가 말했어
아마도 『빨리 집에 가자..아니 빨리 보내줘 이놈들아』라고 말하고 싶은것 같았어
나도 밤바람과 이곳의 음산한 분위기를 느낀 순간 취기가 깨버렸는지 솔직히 좀 무서워져서 돌아가고 싶었어
「음...그러게...뭐 아무것도 없을것 같기도 하고..」
집에 가자~하고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야..잠깐만...」
B가 말했어
「나... 들었어」
뭘?하고 물으려는데 내 귀에도 들려왔어
뭔가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아냐..
고양이는 아니야..
고양이는 응애~응애~하고 울지는 않지..
이건 틀림없이 사람이 내는 소리야..
애기가 우는 소리야..
「뭐야..이거?!」
B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어..나는 더 당황스러웠어
A에게도 들리는 것 같았어
「음.....저쪽에서 들리는것 같은데?」
A가 이렇게 말하면서 손전등을 그쪽으로 비췄어
우리가 차를 세워놓은 도로 반대 편에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샛길이 있었어
A가 비추고 있는 곳은 그 가느다란 길쪽이었어
「좋아! 그럼 가볼까?」
하고 A가 그 샛길을 향해서 가길래 나와 B는 잠시 서로 얼굴을 보며 망설였어
저녀석이 제정신인가 싶었어
그래도 어쩌겠어
차 키도 손전등도 A가 가지고 있었으니 하는 수 없이 A의 뒤를 쫓아갔어
샛길 끝엔 작은 공터가 있었어
A가 손전등으로 공터를 여기저기 비추었어
풀이 무성하게 나있었고 공터 주위에 폐차가 몇대 놓여있었어
오래되서 붉은 녹 투성이가 된 트럭도 있었고 제법 새것처럼 보이는 차도 있었어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어
A의 뒤에서 나도 울고만 싶어졌어
B는 아까부터「아..뭔가..불안해」하고 중얼거리고 있었어
A가 차 한대를 비추어봤어
거무스름해진 차는 유리가 남아있질 않았어
A가 손전등 빛을 차에서 살짝 아랫부분을 비춰봤어
차일드 시트...
그 차 옆에는 땅바닥 위에 차일드 시트가 놓여져 있었어
옆에 있는 차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게 새거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어
울음소리는 그 차일드 시트에서 들려오고 있었어
아무도 없는데...
A가 그 차일트 시트에 가까이 다가갔어
「야 A! 가지마!!」
B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A는 차일드 시트 앞까지 가더니 그 뒤의 풀숲을 향해 손을 뻗는 거야
난 그때 A가 울음소리에 홀린줄만 알았어
「내 이럴 줄 알았지ㅋ」
우리쪽으로 돌아온 A의 손에는 카세트가 들려 있었어
그저 멍하니 서있던 우리 앞에서 A가 카세트의 스위치를 눌렀어
그 순간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뚝 그쳤어
「CD카세트야」
A가 말했어
「첨엔 몰랐는데 가만히 들어보니까 울음소리가 규칙적이더라고..그래서 이런걸꺼라고 생각했지..ㅋㅋ
누군가 장난친거야..밧ㄷ리가 나갈때까지 계속 애기 울음소리가 나오게 해놓은 거지」
나는 넋을 잃고 있었고 B도 멍~하니 서 있었어
A야...
넌 대체..어디까지 냉정할 수 있는 거냐...
「으악! 진짜? 뭐야 바보같아!」
B가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 뜯더니 온몸을 뒤틀면서 알 수 없는 움직임을 했어
이녀석..부끄러워 하고 있는 거야....
「나 완전 바보아냐! 불길하다고 겁이나 내고 아..완전 바보야 바보!」
그러더니 B는 차일드시트에 다가가 힘껏 발로 찼어
그러더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넘어진 차일드 시트를 원래데로 세워놓더니
「야!!사진 찍어줘 사진!」
하더니 그 위에 앉았어
그 작은 차일드 시트에 산만한 남정네가 앉아 있어
한밤중에..이런 곳에서..
그 우스운 모습에 방금 전까지의 공포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나는 소리내 웃었어
「아무튼 저 또라이자식」
하고 말하면ㅅ도 A는 자기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어
찰칵!
B가 거만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어
나도 웃으면서 그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었어
「응애~!응애~!」
하고 B가 울음 소리를 냈어
게다가 앉은 상태에서 손발을 모았어
나는 또 웃었어
A도 아마 웃었을 거야
「응애~!! 응애~!!!응애~!!!」
내가 심상치 않게 생각하기 시작한건 이때쯤 부터였어
「응애~!! 응애~!!!응애~!!!!!!!!!!」
「야야!!B! 이제 됐어!!그만해!!」
그런데 내가 이렇게 말해도 B는 울음을 그치질 않았어
아니 오히려 더 심하게 울음소리를 냈어
「응애~!! 응애~!!!응애~애~!!응애~!!!응애~~!!응~애~!!!응~애~~!!응~애~!!!응~애~!!!」
「야 임마B?」
「응애~!! 응애~!!!응애~!!!응애~!! 응애~!!!응애~!!!응애~!! 응애~!!!응애~!!!응애~!! 응애~!!!응애~!!!」
언제부터였는지 B는 우는 흉내를 내는게 아니었어
정말로 눈물을 흘리면서 울고 있었어
얼굴이 일그러져서 손발을 모으고 큰 소리로 울고 있어
그 소리도 B의 목소리가 아니라 정말 진짜 갓난아기 목소리였어
「응애~!! 응애~!!!응애~!!!응애~!! 응애~!!!응애~!!!응애~!! 응애~!!!응애~!!!」
「야..야...케..B?」
내가 B를 향해 손을 뻗으려고 한 그 순간
A가 옆에서 차일드 시트에서 B의 몸을 발로 차 버렸어
「..야! B데리고 도망가자!」
A가 소리쳤어
땅바닥에 넘어진 B는 정신을 잃고 있었어
나는 A와 함께 B를 들쳐메고 차를 향해 달렸어
「A야..뭐가 어떻게 된거야?」
「그걸 나한테 물음 어떡해!」
뒷좌석에 B를 밀어넣고 A가 차 키를 찔러 넣었어
「자..잠깐..야...잠깐만!」
차에 시동이 걸리고 있었어
그때 문득 떠오른 거야..밤 울음 고개에 관한 이야기가...
갓난아기 울음 소리를 들은 사람은 반드시....
A도 그걸 눈치챈것같아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려던 손이 잠시 멈칫했어
그러나 아주 잠깐 주저했을 뿐이었어
「그건...꼬리지느러미일 뿐이야」
A는 차를 출발시켰어
A의 얼굴에 흐르는 굵은 땀방울과는 정 반대로 차는 아주 천천히 안전 운전을 해서 산을 내려왔어
산을 내려오면서 B가 정신을 차렸어
또 울음 소리를 내는게 아닌가 슬쩍 겁이 났는데 다행이도 B는 제정신이었어
「읭……? 아..뭐야...왠지 옆구리가 아파...」
그야 A가 발로 차서 날려버렸으니까..-_ ㅡ ;
그 사실은 끝내 말하지 않아서 그것까지 결국 애기 귀신이 한 짓이 되버렸어
B의 옆구리를 귀신이 물어뜯은 거라고 말이야ㅋㅋ
그렇게 다행이도 그날은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산을 내려올 수 있었어
후에 셋이 모여서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랄까..가냘픈 연줄 덕에 먼 거리에 있는 신사에서 제를 올렸어
그때 제를 올려주던 신주같은 사람에게 일단 세 명 다 괜찮긴 하지만 두번다시 그 고개엔 가지 말라는 얘길 들었어
불제가 효과가 있었던 건지 원래부터 빙의같은건 없었던 건지..
그 날 이후로 몇년이나 흘렀지만 우린 모두 별 탈없이 지내고 있어
『밤 울음 고개』를 지나면서 애기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는 지금도 가끔씩 듣곤해
얼마전에도 직장 후배가 여자친구와 함께가서 울음소리를 들었다더라고..
후배가 그 때의 일을 자세히 말해줬는데
「사고같은건 없었거든요?...근데...역시..이것봐요..옆구리 물렸어요..자 보세요」
분명히..진지하게 말하는 후배이 옆구리에 물린것 같은 자국이 있었어...
음...그렇다면 이것도 꼬리지느러미인건가?
그렇게 그냥 웃어버리면 그만인건지 어떤건지..좀 헷깔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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