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델리 남부에는 ‘트릴로카푸리’라는 이름의 지하철역이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역은 공식 노선표엔 없다.
현지인들조차 존재를 모른 채 살며, 간혹 뉴스에 “지하철에서 사라진 사람”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이 역이 언급되곤 한다.
전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트릴로카푸리역에 하차하면, 다시는 지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나는 2020년, 델리에서 체류하던 중 그 소문을 들었다. 무시무시하다고 느끼면서도 도시 괴담이겠거니 생각하며, 우연히 그 지하철을 탔다.
문제는, 열차가 이상한 역에 정차하면서부터였다.
플랫폼엔 역명판도 없고, 조명은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그런데 몇몇 인도 승객들이 조용히 일어나 그 역에서 내렸다.
나는 순간적으로 뒤따라 내렸다.
플랫폼 바닥은 낡고 금이 가 있었으며, 광고판엔 낯선 문자들이 쓰여 있었다. 영어도, 힌디어도 아닌… 뭔가 굳이 해독하지 말아야 할 것 같은 기묘한 상형문자.
그 순간, 내 뒤에 있던 남자가 속삭였다.
“여기까지 오셨군요.”
나는 깜짝 놀라 돌아봤지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역 내부는 끝없이 이어진 터널처럼 펼쳐져 있었고,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걷다보면 복도 양쪽에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환승 / 귀환 / 남겨진 이들]
그 중 ‘귀환’을 향해 걸어갔지만, 끝은 막다른 벽이었다. 그리고 거기엔 수백 장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실종자 명단.
각국의 얼굴.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내 대학 동기의 사진이었다.
기억은 그 뒤로 희미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내가 델리 외곽의 폐선역 인근에서 발견됐다는 말을 들었다.
병원 기록에 따르면, 나는 72시간 동안 실종 상태였다.
그러나 내 휴대폰 사진 폴더엔,
플랫폼에서 찍힌 듯한 기묘한 문양들과,
나 자신이 터널 안 어두운 거울을 바라보는 셀카 한 장이 남아 있었다.
셀카 속 내 눈은… 확실히, 나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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