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썰) 4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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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

(레전드썰) 404호

 

 

 


[404호를 빌리고 싶습니다만...]



그 우스꽝스러운 녀석이 말했다.



기묘한 것을 요구하는 녀석은 자주 있지만 이 녀석은 그 중에서도 요구도 외견도 특별히 더 이상했다.



얼굴은 거무스름하고, 등은 구부러져 있다.



목소리는 무리해서 짜내는 것 같은 불쾌한 목소리였다.



게다가 이 더운 날씨에도 온 몸을 감싸는 시커먼 코트를 입고 있다.



[아, 그러니까 몇 번이나 말씀 드렸잖습니까. 이 건물에는 404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불길하다고 건물 주인이 빼 버렸어요. 여길 보세요.]라고 말하며 나는 건물의 조감도를 보여줬다.



이것을 설명하는 것이 벌써 몇번째인지 모른다.



[알고 있습니다... 404호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빌리겠다는 겁니다.]



이 녀석은 바보인건가?



아니면 어딘가의 야쿠자가 분란을 일으키려고 일부러 보낸 것일까?



장난이 아니다.



이 쪽은 열심히 일해왔을 뿐인데.



[몇번이나 말씀드렸잖습니까. 없는 방이니까 빌려드릴 수 없어요.]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돈은 지불하겠습니다. 그 쪽에서는 404호를 나에게 빌려준다는 서류만 만들어서 나와 계약해주면 됩니다. 방은 없어도 괜찮으니까요.]



이 녀석은 미치광이다.


 

 

 


틀림 없다.



나는 울화통이 터져서 언성을 높여버렸다.



[이봐, 당신 적당히 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거야. 장난이라면 어서 돌아가!]



시끄러운 것을 알아차린 소장이 사무실에서 느릿느릿 걸어 나온다.



공연히 화를 내고 있던 나는 소장에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지껄이듯 이야기했다.



나에게서 모든 경위를 들은 소장은 [손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라며 지금까지 내가 앉아 있던 의자에 앉아 이상한 손님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 미안하지만 자네는 자리를 비켜주지 않겠나?]



자, 소장이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두자.



말도 안 되는 것이 틀림 없다.



없는 방을 빌린다니, 그런 바보 같은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나는 사무실의 안에 틀어박혀 소장이 언제까지 참을지 보자고 생각하며 귀를 기울였다.



[아뇨, 저희 쪽이 실례했습니다...]라고 소장이 사과하는 것이 들렸지만 드디어 소곤소곤하는 목소리만 들리게 되었다.



언제쯤 끝날지 언제쯤 끝날지 30분도 넘게 기다리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을 때.



[이봐, 어서 일어나.]



소장이 나를 깨웠다.



[이 손님에게 404호실을 빌려 드리게.]

 



바보인가, 소장은?



이 여름의 더위 때문에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것인가?



[그렇지만 소장, 없는 것을 어떻게 합니까?]



[평소처럼 하게. 서류를 만들어서 수속을 밟아. 서로 404호실에 대해서는 의견이 통했어. 아무런 문제도 없어!]



충격이었다.



[건물주에게는 어떻게 말할 겁니까?]



[아까 물어봤다. 집세만 지불한다면 자잘한 것은 상관않겠다고 하더라.]



엉망진창이다.



[관청에는 뭐라고 말할 겁니까?]



[없는 방이니까 보고하지 않으면 돼. 입만 잘 단속하면 된다.]



당신이 그러고도 소장이냐?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 같군요... 그럼 서류를 만들어 주십시오. 돈은 여기 있습니다.]



검은 코트의 남자가 음침한 목소리로 말하며 눈 앞의 가방을 열고 지폐 뭉치를 꺼냈다.



[예. 즉시 만들어 드리겠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봐, 자네, 빨리 하게!]



기분 나쁜 소장 녀석 때문에 마지못해 나는 이 바보스러운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



서류를 만드러 놈에게 사인을 요구한다.



놈은 손까지 시커멓다.



필적이 이상해서 읽기 어렵지만 이름은 Nyaru hotep이라던가 하는 것 같다.



수속이 끝났다.



[그럼 끝난 것 같군요. 이제부터 이사를 준비해야 하니까 이것으로 실례하겠습니다.]

 

 

 



그 놈은 사무소에서 나갔다.



[소장님, 이상해요. 아무리 봐도 범죄와 연관된 것 같습니다. 말려들면 큰일이에요.]



[이상해도 이상한대로 괜찮아. 돈을 지불하니까 괜찮잖아. 없는 방을 빌리는 일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아.]



[그렇지만 이사라고 말했잖아요. 남의 방에 무리해서 얹혀 살거나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렇다면 바로 내쫓아야지. 빌려준 것은 어디까지나 404호니까. 404호라면 좋지만, 그 이외에는 안 돼.]





벨을 누르니 시꺼먼 놈이 방 안에서 나타났다.



[아아, 지난 번 당신입니까... 무슨 용건이십니까?]



[아니, 당신 무슨 일을 하고 있는거지? 빌리는 건 404호라는 계약이었을텐데.]



[보시면 알겠지만 404호입니다. 무언가 이상한 것이라도 있나요?]



시치미 떼지 마, 이 녀석.



[장난 치지 마. 이상한 일을 했다간 경찰이 찾아와서 귀찮아져. 빨리 짐을 챙겨서 나가.]



[유감스럽지만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일 따위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잘 확인해 보세요.]



나는 4층의 방의 개수를 셌다.



조감도에서는 401호에서 405호까지의 방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404호는 존재하지 않으니 방은 4개인 셈이다.


 

 

 


방이 4개니까 문도 4개.



단순한 계산이다.



그러나 문은 어째서인지 5개 있었다.



[그럼 이제 된 것 같으니 저는 들어가 보지요...]



놈은 [쾅]하고 문을 닫아버렸지만 나는 절대로 납득할 수 없었다.



짜증이 나서 다른 모든 방에 알아보기로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퇴거자가 나오게 되어 그 건물에 방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다.



일주일 전을 떠올리며 4층에도 들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로 4층에 가니... 거기에는 404호가 있었다.



아마 전에 그 녀석이 남의 방에 억지로 정착하고 방 번호를 다르게 쓰고 있는 것일 것이다.



소장님, 역시 성가시게 되었잖아요.





401호 거주자



[어라, 404호실은 없던 건가요?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있잖아요. 아마 처음부터 있던 거 아닐까요?]



402호 거주자



[404호입니까? 확실히 처음에는 없었는데요. 어느 사이에 사람이 사는 것 같네요. 조금 이상하지만 딱히 이 쪽에 폐가 되는 것도 아니고...]



403호 거주자



[옆 방? 이사 왔을 때 인사하러 왔는데 그닥 이상한 건 모르겠던데?]



405호 거주자

 

 

 




[옆 방 사람이요? 흑인인데 멋있어요. 마치 배우 같던데.]





이상한 일이었다.



다른 층에 가 보면 문은 모두 4개다.



4층만 5개 있다.



404호만 어딘가에 툭 튀어 나와 있기라도 한건가?



관리인에게도 물어보자.





관리인



[404호실에 이사 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실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 사람과 4층에 가보니 정말 있는 거 아닙니까. 깜짝 놀랐지만 세상에는 별 일이 다 있잖아요. 서류도 빈틈이 없고 건물주도 괜찮다고 하니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무엇인가 변한 것은 없습니까?]



[손님이 많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묘하게 밋밋한 얼굴의 사람이 많았어요. 전에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을 때 상담소를 하고 있다는 것 같았어요. 여러 사람의 고민을 들어 주고 있다고 하더군요.]





옆 방 놈들도 관리인도 모두 이상하다고는 생각지 않는 것 같다.



도시 사람들이 타인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은 정말인 것 같다.



한 번 더 가보기로 하고 놈의 방 벨을 다시 누른다.



[또 당신입니까... 적당히 해 주셨으면 싶은데요.]



[조금 방 안을 보여주지 않겠어?]



[거절합니다... 나는 돈을 내고 이 방을 빌렸습니다. 당신이 멋대로 들어올 권리는 없습니다...]



그 말대로다.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무리해서 안을 보려고 놈을 밀어젖히고 방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 때 [쾅]하고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부딪혔다.



뭐지 이건?


 


아무 것도 없는데도 마치 방탄 유리라도 붙어 있는 것 같다.



[방에 용건도 없이 들어가는 것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나는 관리 회사의 직원이야.]



[그렇다고 해도 무단으로 출입할 권리는 없습니다.]



젠장.



그 말대로다.



놈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이 내렸다.



[오. 여기다, 여기야. 저기, 404호죠? 아, 안녕하십니까. 주문하신 물건을 가지고 왔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방입니다. 운반해 주시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택배 기사는 내가 튕겨나간 공간을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뭐야, 어째서 저 놈은 지나가는 거야?]



[저 사람은 짐을 운반하는 게 일이니까요. 방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지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나도 들어갈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봐도 방법이 없다.



일단은 물러서기로 하지만 절대로 저 방 안을 보고 말테다.



어떤 마술인지는 몰라도 트릭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계략을 파헤치자.


 

 

 




그 이후로 일이 영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떻게든 놈을 당황시키려고 여러가지 수를 생각해봤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너, 요즘 붕 떠서 이상한 거 같은데.]



소장이 말을 걸었다.



[아, 사실은]하고 지금까지의 일을 말해 주었다.



[흠, 너 그런 짓은 안 된다. 손님의 프라이버시에 깊이 하고드는 짓은 좋지 않아.]



[그렇지만 놈은 살고 있어요. 404호에.]



[확실히 이상하지. 그렇지만 집세는 확실히 지불하고 있다. 관리 회사로써 그 이상 무엇을 기대하는 거야?]



[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생각하지 않는다.]



[왜지요?]



[돈은 지불하고 있으니까.]



말이 영 통하지 않는다.



[손님에게 폐를 끼치거나 하는 일이 있다면 너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있지는 않을거야. 자, 시시한 것에 신경쓰지 말고 똑바로 일해.]



시시해?


시시한 것인가?



소장도 관리인도 다른 거주자들도 이상하다.


 

 

 




그리고 결국 나의 의문도 풀릴 날이 왔다.



한 달이 지나고.



[아, 이봐. 전의 그 404호실이 퇴거한다고 한다. 가서 확인 수속하고 와.]



됐다.



드디어 볼 기회가 생겼다.



이것은 트러블이 생기지 않을 훌륭한 기회다.



반드시 트릭을 파헤칠테다.



[아무쪼록 실례되는 일은 하지마.]



404호의 벨을 누른다.



[아, 나갑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발을 내디딘다.



좋았어!



이번에는 튕겨나가지 않고 그대로 방에 들어왔다.



이렇게 쉽게 들어오다니, 조금 맥이 빠진다.



[빨리 확인을 마쳐주시지 않겠습니까?]



흑인 녀석이 뭐라고 말해대지만 알 바 아니잖아?



나는 드디어 들어온 방 안을 차분히 둘러봤다.



무엇인가 이상한 것은 없을지, 어딘가 묘한 곳은 없는지 필사적으로 찾았다.



하지만 약 1시간 동안 찾았지만 어디에도 이상한 곳은 없다.



지극히 보통인 방이다.



나는 완전히 난감해졌다.

 



[졌다. 항복이야.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정말로 알고 싶어. 가르쳐주지 않겠나?]



[무슨 이야기지요...]



[이 방 말이야. 어떻게 방이 새롭게 생겨난거지?]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계약이기 때문에 방이 생겨난 거지요. 계약 종료와 동시에 방은 사라집니다... 이미 확인은 끝났겠지요. 나는 이제 돌아갈 겁니다. 당신은 어쩔 겁니까?]



시치미 떼지마, 이 자식.



뭐가 계약이라는 거야.



비밀을 말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겠지.



분명 무슨 비밀도구라도 장착한 것일 것이다.



절대로 찾아낸다.



[아, 돌아가라고. 확인은 끝났어. 깨끗하네.]



[같이 돌아가시지 않겠습니까...]



이런 기분 나쁜 놈과 함께 걷는 것 따위 싫다.



[쿠쿠... 그렇다면, 먼저...]



그리고 놈은 방을 나갔다.



그로부터 놈이 돌아간 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방 안을 살펴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니 밖도 어둑어둑해져서 아무래도 벌써 저녁인 것 같다.



[일단 돌아갈까.]



나는 문을 열고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잠금장치를 아무리 돌려도 안 된다.



나쁜 예감이 든다.

 

 

 




창문을 열려고 했지만 이것도 열리지 않는다.



베란다로도 나갈 수 없다.



문득 시계를 본다.



오후 3시.



그런데도 불구하고 계속 밖은 어두워져 간다.



밖에서 걷는 소리가 난다.



4층의 다른 거주자가 복도를 걷고 있는 것 같다.



문을 두들겨 [저기요! 문 좀 열어주세요!]라고 외쳤다.



그 사람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듯 지나쳐간다.



도대체 왜 밖이 어둑어둑한 것일까.



지금은 아직 3시인데, 왜 어두워진 것일까.



밖을 보면 그 동안 보아온 광경과는 전혀 다르다.



여태까지는 그저 보통의 평범한 거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두운 공간만이 보일 뿐이다.


 

 

 


그로부터 벌써 반 년이 지났다.



놈의 말이 생각난다.



[계약 종료와 동시에 방은 사라진다...]



어쩌면 방은 사라지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계약 종료라는 것은 내가 방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 방을 나가는 것이다.



즉 내가 이 안에 있는 한 이 방은 존재할 수 있다...



방은 나를 죽게 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냉장고 안에는 언제나 먹을 것이 가득하다.



어째서인지 물도 나오고 전기도 통한다.





여기에서 나가고 싶다.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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