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호수가 얼마나 깊었는지 물어보면
난 대답할 수가 없어
깊은 물속은 쳐다보기가 무섭거든
신입생 시절엔, 호수가 그저 아름다웠어
동기들이랑 호숫가에 앉아서 배달음식 먹고
커피 마시고
그 호수 위를 그림처럼 떠다니는 오리를 보면서
와 오리들 편하게 산다 나도 과제 안하고 오리들처럼 편하게 살고싶다 이런 얘기만 했었지
그 일이 있었던 건 이학년 때였어
과제도 점점 많아지고, 또 나는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고민이 많았지
그 당시 나는 기숙사에 살고 있었고,
기숙사 앞에서부터 호수 한,두바퀴 돌고 돌아오는게
내 운동 루틴이었어
같이 사는 룸메이트는 운동을 싫어하는 타입이고,
기숙사 친구들은 저녁에 나가는 걸 무서워하는 친구들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거의 혼자 달리거나, 또는 한 두 명의 친구랑 같이 달렸어
그땐 왜 무서워하는지 몰랐어
그런데 생각해보니 무서워할만 하지.
그 밤에 누가 호숫가를 달리고 싶겠어 괴담도 있는 호숫가인데?
여튼 그 날은 과제도 안 풀리고
머리만 아파서 그냥 무조건 달려서 다 잊어버리고 싶었던 날이었어
그래서 호숫가까지 미친듯이 달렸고, 호수도 한두 바퀴 돌았던 것같아
그리고 너무 숨차서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었어
근데 그날따라 호수에 물이 반짝이는게 너무 예쁜거야
그리고 달이 호수에 비치는데 그게 너무 예뻤어
그래서 호숫가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갔어
호수랑 가까이 갈려면 경사진 길을 내려가야해
그리고 그 경사진 길 옆에는 나무가 빽빽히 자라있어
마치 결혼할때 신부 신랑이 걷는 그 길처럼 쭉 이어져있는 길이야
그 길 끝에는 바로 호수가 있어
지금은 거기다 펜스를 설치해서 호수로 아예 접근이 안된다고 하는데, 내가 다닐 땐 바로 그 호수로 갈 수 있었어
그래서 술취하면 이 길을 절대 오지 말라고 하거든
괜히 내리막길에서 달리거나 넘어져서 호수에 빠질까봐
여튼 나는 그 내리막길로 들어갔어
호수여서 개구리들이 많아서 시끄러웠는데
이상하게 그 길에 딱 들어서자마자
조용하더라고
평소 같으면 너무 조용해서 무서워서 뒷걸음 쳐졌을거야
근데 이상하게 고요해서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나도 모르게, 진짜 나도 모르게 뛰기 시작했어
내리막길이라 속도가 빨라져야하는데 이상하게도
속도가 그대로였어
그래서 계속 뛰었어
뛰는데 내 고민들이 다 사라지는 느낌이라 행복했지
그렇게 한참 뛰었는데, 덥지가 않고 추운거야
왜이렇게 춥지 하고 뒤를 돌았더니
내리막길 통째로 보였어, 그 길 옆 나무들까지
아무 생각이 안들었고 그냥 이제 추우니까 돌아가자 라는 생각뿐이었어
그렇게 난 기숙사로 돌아갔어
기숙사에 돌아와서 방에 들어가려고 현관을 통과하는데
현관 옆 방에 있던 경비아저씨가 나한테 물어봤어
밖에 비가 오니? 우산도 없이 다닌거야?
그때서야 나는 내 상태를 알게 되었어
물이 아직도 뚝뚝 떨어지고 있었어
아직도 기억나는게 아저씨가 말하는게 너무 싫었고 짜증났었거든 ? 그 기분이 아직까지 생생하네
그래서 나는 대충 운동해서 땀나는거에요 하고
방으로 들어왔어
그때 룸메가 방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기억 안나
근데 그 다음날에 룸메가 나보고 어제 어디 달리고 왔어? 했는데 그 질문이 또 너무 기분 나쁘고 알리고 싶지않았던 기억이 나네...
지금 생각해보면 경비아저씨나 룸메나 별 말 안했었는데, 왜 나혼자 기분 나빠하고 거짓말한걸까 모르겠어. 진짜 뭐에 홀린 그런 느낌이었어.......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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