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해변에 가보니
평소에는 인기척이 전혀 없는 곳이었지만
그날은 어째서인지 10~12살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아이 4명이 파도 주변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이 해변에서는 수영금지라는 규칙이 세워져 있었는데
저 자신도 어렸을 때는 여기서 친구들과 자주 첨벙거리며 잘 놀았던 기억이 있어서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날도 해변에 앉아서 도시락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어째서인지 A가
"오늘은 햇볕이 너무 뜨거우니까 에어컨 틀어둔 안에서 점심 먹자" 라고 말해오는 바람에
확실히 오늘은 조금 덥다고 생각한 저는
밖에서 먹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안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안에서 점심을 먹고 있자니
무슨 일인지 밖이 시끌시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구급차와 헬리콥터까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슨 일이지? 라는 궁금증이 생겨 A에게 함께 상황을 확인하러 가자고 권유했습니다.
"아-. 난 패스"
저는 바깥상황이 너무나 신경쓰였기 때문에, A를 남겨두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봤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든 장소는
저와 A가 평소에 점심을 먹던 해변이었습니다.
이미 몰려든 사람들에게 상황을 물어보니,
해변에서 놀고 있었던 아이들중에 한 명이
바다속에 가라앉아서 행방불명이 되어버렸다고 했습니다.
그 아이들이 있었던 곳을 돌아보니
정말로 한명이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저는 그걸 보고 엄청나게 후회했습니다.
평소처럼 여기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면
아이가 바다에 빠진 순간 그 아이를 구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우울한 기분이 되버린 채 A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제가 뭘 봤는지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오늘도 거기서 밥먹고 있었다면 우리가 뭔가 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겠지.."
라고 제가 A에게 말하자
"하하하, 무리래두.
그러니까 나는 오늘 거기서 밥먹는게 싫다고 말한 거야."
저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에게 무슨 말인지 설명해달라고 물어보니
"거기가 수영금지가 된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거야.
이런 말을 해서 이상한 눈으로 봐주지 않았으면 하는데, 뭐 일단 여러가지 이유가 있어.
너말야, '이런 쪽'에는 엄청 둔한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는데...
한여름에는 그늘 안에서 점심먹는데 훨씬 더 시원한데
왜 매일매일 그늘따윈 찾아볼 수 없는 해변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을 한 거냐?"
"그거야, 바다를 바라보면서 밥먹는게 운치가 더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제가 나름 말이 되는 이유를 대자,
A는 다시금 진지한 얼굴로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런 이유를 대기에는 너 말야,
매일매일 더워 죽겠다고 말하면서 도시락 다 먹자마자 바로 시원한 곳을 찾아서 해변을 떠나버리던데?"
그런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해변에서 밥을 먹기 시작한 원인은
말한것처럼 바다를 보며 도시락을 먹는 편이 더 맛있게 느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그걸 시작한 바로 2일 후부터는
어째서 매일매일 그렇게 죽을듯이 더운 날씨에 해변으로 가서
밥을 먹자고 생각한건지 이유를 알 수 없어졌습니다.
"'그녀석들'의 타겟은 맨 처음부터 너였고,
엄~청 예전부터 '그녀석들'은 너를 부르고 있었어."
"???"
A는 처음에 저를 만난 순간부터
제가 바다에 있는 '그녀석들'에게
유혹당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이야기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갑자기 해버리면 안된다고 판단한 그는
저와 친해진 뒤, 매일 같이 점심을 먹으며 제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A는 제가 '그녀석들'에게 유혹당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자신도 '그녀석들'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인 적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귀신? 들의 쪼근 일방적으로 저에게 채널링을 해오며
좀더 파도쪽으로 가까이 끌어들이려고 온갖 노력을 해왔지만
정작 저는 비인간적으로 둔해서 그런 노력들마저도 무시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녀석들'은, 네 두 눈 앞에서
그 아이를 바다속으로 끌어들이려고 한거지.
'그녀석들'은 둔해빠진 너보다는 어린 아이를 홀리는 게 더 쉬우니까 말야.
아이가 바다속에 빠지면 네가 구하러 올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던 거야.
뭐어, 내가 방해해버려서
결국 그 아이는 희생양이 되버렸지만.
오늘은 '그녀석들'이랑 궁합이 딱 맞는 애가 주변에 있어서 그런지
확실하게 모습을 볼 수 있었거든.
내가 널 해변 밖으로 데려가고 있을때 말야,
그것들의 분위기, 장난 아니었다. 나도 완전 쫄았어.
타겟이었던 너를 데려가버렸으니까 화난거겠지."
라고, A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도와준 건 고마웠지만, 어째서 그 아이마저도 도와주지 않은거냐고 물어보자
A는 웃음을 멈추고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너는 유혹받고 있었던 주제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기세 좋은 말을 할 수 있는 거다.
애들이 놀고 있었던 그 장소는
이미 '그녀석들'로 우글우글했었고
너한테도 그게 보였다면 절대 가까이 가지 않고
저기에 관련되자는 생각은 하지 못할거야.
너를 해변에서 안으로 데려왔는 것만으로도
지금 나 엄청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걸.
진짜 대박이었어, '그녀석들'의 원한 가득한 얼굴."
A의 말로 인하면 보이지 않거나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유혹당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가 유혹당하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반대로 보이거나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은
위험한 곳 주변으로는 생각없이 다가가지 않는다고 해요.
"너도 말야,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 위에서
무기를 가지고 있는 남자에게 쫓기는 아이를 보면
정말 아무생각 없이 도우러 갈 수 있냐?
보통은, 불가능하겠지.
그런거랑 같은거야-
난 보는 게 가능하다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도우려고 할 정도로 마음씨 좋은 사람 아니거든.
상대방이 인간이었다면 대응할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상대방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니면
어쩔 방법도 없어.
...뭐어, 귀찮은 일에 말려드는건 이쪽도 사양이야.
그래도 너랑은 마음이 잘 맞고 친해졌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태도로 넘기기에는 죄책감이 너무 무겁잖아?"
이 조난사건은
저녁의 뉴스에서 살짝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한밤중에 거기가 신경쓰인 나머지
해변까지 차를 몰고 가봤습니다.
아직도 헬리콥터는 해변의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손전등을 여러 곳에 비춰가며 사라진 아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마음씨 고운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A였지만
그는 작년,
강에 빠져버린 어린아이를 구하고
그 아이의 대신으로 목숨을 잃어버렸습니다.
2번째도 모르는 척을 하기에는 어려웠던 거겠죠...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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