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케 받아주고 욕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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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썰

부케 받아주고 욕먹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서럽고 화나서 여기다라도 풀고싶어서 씁니다. 
편하게 음슴체로 갈게요.

나는 20대후반 여자고 아는 언니가 있음(30중반). 예전에 같은 회사 다니다 내가 이직하면서 지금은 따로 만나지는 않고 가끔 연락하면서 지냄. 
이 언니가 5월에 결혼을 했는데 나한테 부케 받아달라고 했음. 난 남친은 있지만 결혼생각은 아직 없는데 언니가 자기 친구들은 다 결혼해서 받을사람이 없다고 부탁함. 거절하기 어려워서 알았다고 함. 
부케 받는거 첨이라 신경이 많이 쓰였음. 이것저것 찾아보니 부케받는 사람은 사진도 찍고 신부의 체면도 있기 때문에 예쁘게 하고 가야된다고 해서 옷도 신경썼음.
내가 그 날 입은 옷은 장식없는 베이지색 칠부 블라우스에 종아리까지 오는 분홍색 긴 치마였음. 내가 가진 옷 중에서 제일 고급스럽고 깨끗한 옷으로 골라 입은거였음. 
그래서 부케받고 결혼식 끝났는데 보통은 신랑신부가 하객들한테 와줘서 고맙다 카톡인사라도 하지않음? 이언니한테 연락이 없는거임. 코로나땜에 신행도 미뤄서 어디 간것도 아닌데 좀 섭섭했음. 
일주일정도 지났을 때 내가 먼저 연락함. 언니 잘 지내요? 신혼생활은 재밌나요? 이런내용.
근데 읽씹을 하는거임. 결혼하면 원래 바쁜가 싶어서 기분은 안좋았지만 그냥 있었는데 다음날 저녁에 장문의 카톡이 왔음.

 

 


내용이 엄청 길었는데 요약하자면,
그냥 연락 끊고 살려고 했는데 너가 잘못을 모르는거 같아서 말한다. 어떻게 하객으로 오는데 그런색 옷을 입고 오냐 그것도 부케 받는 사람이. 심지어 흰색 + 분홍색 조합은 신부 한복색 조합이다. (흰색 아니고 베이지색이었음. 살색보다 어두운.) 너가 어린것도 아닌데 이런것도 신경 안쓰냐 내가 너 신부대기실에서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친구들 보기 민망했다.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거 있냐 아님 원래 생각이 없는거냐.
이런 내용이었음. 그거 보고 순간 멍 해져서 상황파악이 안되다가 전화를 했는데 안받고 카톡이 왔음. 지금 니 목소리 들으면 열불날거 같으니까 할말있으면 톡으로 하라고.
그래서 나름 내 변호를 했음. 내가 입은건 그렇게 밝은 흰색이 아니라 베이지색이었고 신부 드레스에 비하면 훨씬 어두운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분홍색이 안된다는것도 처음 듣는 얘기다. 언니 생각해서 예쁘게 입는다고 입은건데 그렇게 말하니까 당황스럽고 기분 안좋다.
그랬더니 언니가 더 화가났는지 됐다고 너랑 더 할말 없다고 연락하지 말라고 함. 그리고 앞으로는 남의 결혼식에서 자기가 주인공인줄 착각하고 다니지 말라고 사진 나오면 제 옷은 검정색으로 포샵해버릴거라함.

 

 


그뒤로 답장 안했는데 너무 서럽고 눈물이 났음. 
솔직히 결혼식도 갈까말까였는데 부케 받아달래서, 받을사람 없대서 기꺼이 갔고. 끝났다고 그냥 쌩 가기 미안해서 거기 친한사람도 없었는데 어색한 자리에서 꾸역꾸역 밥 먹고. 코로나땜에 하객 없을거 걱정하길래 일찍 가서 신부대기실 자리도 채워줬었음. 
아 지금 생각해보면 대기실에서 처음 인사했을때 언니 표정이 안좋았던거 같긴 함. 그때는 정신없고 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내 옷땜에 그랬던거임. 나한텐 신경도 안쓰고 본체만체 했었음.
서러움에 울다가보니 또 화가 났음. 내가 뭘 그리 잘못했나 싶고. 결혼식 주인공은 신부 맞음. 흰색 옷은 암묵적으로 피하는것도 알고있음. 그래도 내 옷은 그렇게 밝은 색이 아니라 생각했고 신부는 화려한 드레스에 신부화장에 티아라까지 쓰는데 내가 베이지색+분홍색 좀 입었다고 그게 묻히나?? 검정색 남색 이런거만 입고 가야 된단 말인가? 
행여 내가 모자라서 잘못 입고 갔다고 쳐도 그러면 내가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언니 된 사람으로서 너가 실수한거다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라 라고 타일러주면 안되는거임? 이렇게 일방적으로 연락 안하다가 쏘아붙일 일임? 내가 결혼 안해봐서 모르는건가? 
그냥 처음에 부케받는거 거절할껄 그때 소심해서 거절도 못한 내가 멍청이같음ㅜㅜ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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