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도망쳐나왔어요.
본문 바로가기

레전드썰

시댁에서 도망쳐나왔어요.

결혼하자마자 집안일 배우라며
 
지옥문인지도 모르고 시댁 들어와 4년째 살았어요.
 
매일 시어머니 타박과 욕설에 피가 마를날이 없었고
 
그래도 어째저째 살다보니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기도 했어요..
 
지금 시댁에서 도망쳐 나와 있어요.
 
아니 쫒겨 난것일지도 모르죠.
 
가지고 나온거라곤 핸드폰이랑 주머니에 있던 몇천원
 
왜이렇게 서럽고 억울한지
 
친정은 섬이라 쉽게 가지도 못하고 추적추적 비오는 날
 
물에 젖은 생쥐마냥 쫄딱 젖어서 피씨방에 앉아있는데
 
제 자신이 너무 처량하고 비참하네요.
 
처음엔 제가 잘못된건지 알았어요.
 
신혼여행 다녀 오자 마자 넌 이제 황씨 가문 사람이다 출가외인이다.
 
친정과는 거리를 두라는 시어머니
 
주변에 결혼한 친구도 없고 원채 말도 없고 내성적이라 친구도 별로 없어서
 
이게 잘못된것이란걸 모르고 그대로 받아들였어요.
 
4년이라는 결혼기간동안 친정에 가본건 할머니 돌아가셨을때 한번
 
친정엄마 암 판정받고 한번 어린 여동생 고등학교 졸업식에 한번
 
그리고 친정엄마 눈감는 그 순간도 보지 못하고 발인 날 되어서 찾아갔었네요.
 
노예가 있다면 딱 제 짝일것 같네요.
 
시아버지 아침 일찍 일 나가신다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따뜻한 밥 짓고
 
남편 출근하는 시간 맞춰 새 밥 지어 한번더 차리고
 
설거지 하고 나면 바로 집 청소하고
 
시어머니가 키우는 텃밭도 제가 들어오니 제 몫이 되었고,
 
부랴부랴 오전 일 마치고 좀 누워 쉬려고 하면
 
시어머니랑 노처녀 시누 밥 차리고 다 먹고 일어서면
 
그제서야 다 식은밥에 남은반찬으로 첫끼니를 때웠습니다.
 
다먹고 치우고 쉴틈도 없이 주전부리 내오라해서 전 또 쉴틈없이 움직이고
 
그마저 다 끝나면 이젠 빨래를 시작합니다.
 
매일매일을 온집안에 이불이라는 이불은 꺼내 돌려가며 빨아야 했고
 
한겨울에도 고무대아에 찬물 받아 맨손 맨발로 빨았습니다.
 
칠칠맞은 시누에 피묻은 속옷도 손으로 비벼 빨라며 매일 타박했고
 
정말 전 앉아서 쉴 잠깐의 시간조차 없었네요.
 
저녁 전 혼자 무거운 장을 봐오고 유일하게 가족이 모두 모여 먹는 저녁 식사 시간
 
전 제 숟가락은 얹을수도 낄수도 없었습니다.
 
항상 며느리는 어른들 밥상에 선 얹는것 아니라며 핀잔을 주셨고
 
그때마다 아무말 하지 않는 남편이 너무 밉고 원망 스러웠지만
 
제가 기댈 곳은 남편뿐이라 미워하는 마음마저 억누르고 참았습니다.
 
남들 다 먹고 그릇 하나 싱크대에 갖다 놓는 사람 하나 없고
 
저혼자 다 식고 먹다 남은 반찬으로 겨우 밥을 먹었습니다.
 
시아버님 시누이 남편... 이렇게 세사람이 씻으러 들어가면
 
전 욕실 앞에 다림질 해놓은 수건을 가져다 놔야 했고
 
제가 새 수선을 쓰기라도 하면 천하에 몹쓸년 마냥 욕을 하셨죠.
 
한번은 왜이렇게 아기가 생기지 않냐며 니 문제 있는것 아니냐고 제 손을 잡아끌고
 
산부인과에 갔을때 스트레스로 인해 불규칙한 배란으로 폐경이 진행 될수 있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자로써 끝난것 같았죠.
 
하지만 버틸수 있었던건 남편의 침발린 말들이였어요.
 
좀만 참아라. 내년엔 꼭 분가하자 미안하다. 우리엄마 성격 알잖냐.
 
하며 절 그렇게 다독이고 위로하던 사람은 4년째 내년을 기약했고
 
어떻게 기적적으로 임신이 되었는데 이도 얼마 못가 유산되었죠.
 
하지만 달라지는건 없었어요. 오히려 애도 못갖는 년이라고 욕하고 더 타박하고
 
심지어 유산 판정 받은 당일 자격 없다며 하루종일 먹지도 말라며 절 굶기셨죠.
 
왜 그러고 살았을까 도데체 난 뭐가 못나서 이렇게 머저리 같이 살았을까 후회가
 
점점 생기더라고요.
 
내편은 아무도 없는 이집에서 난 왜 이러고 있을까...
 
장보고 돌아오는 길 개천 다리 위에서 나쁜 생각도 해봤어요.
 
근데 내가 왜 그런사람들 때문에 이래야 할까 싶었어요
 
하지만 달라지는것도 없고 멍청하게 저도 그대로였죠.
 
그러다 오늘 텃밭에 잡초를 뽑으라는 시어머니 말에
 
처음으로 반기를 들었어요.
 
비가 많이 오는데 비 그치면 할께요.
 
그말에 또 한주치 욕을 다 들어먹은것 같네요.
 
어영부영 우산들고 텃밭에 나가 잡초를 뽑는데 눈물이 막 쏟아지더라고요
 
그걸 보고 계셨는지 시어머니까 텃밭앞에 쭈그려 앉아있는 절 발로 걷어찼네요.
 
놀라 처다보니 부정타게 고추 앞에서 울고 자빠졌다며
 
고추 다 시든다고 또 욕을 하시는데 그순간 그냥 멍해진것 같아요
 
일어나 손털고 아무말 없이 나왔습니다.
 
비 쫄딱 맞으며 걷고 걷다 비 피할곳을 찾다가 피씨방에 들어와
 
시댁식구들 다 잠든 새벽 몰래 보며 위안도 받고 같이 맘아파하기도 대리만족하기도 했던
 
이곳에 용기를 내서 글을 써봅니다.
 
지금 전 무얼 할수 있을까요...
 
아빠한테 전화하면 한걸음에 오라고 하실까요
 
못난 딸이 창피해 외면하시진 않을까 겁도 나고
 
아니면 마음에 너무 큰 상처를 드릴까봐 걱정도 됩니다.
 
이게 다 꿈이였으면 좋겠어요.
 
악몽을 오래 꿨다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젊은 나이에 뭣모르고 시집와서 노예처럼 살았네요.
 
다 그만둘까봐요.
 
그냥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라도 털어놓으니 마음은 조금 편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