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32살, 인천 주안동의 한 오래된 원룸에 혼자 살고 있다. 월세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급하게 계약했던 곳이다. 방음이 잘 안 되는 건물인데도 유난히 조용했고, 관리인도 자주 얼굴을 비추지 않아 적적할 때가 많았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나는 이런 외로움을 그저 도시 생활의 일부라고만 생각했다.
2024년 10월 말쯤, 퇴근 후 평소처럼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맥주 한 캔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작은 공지가 붙어 있었다.
“최근 본 건물 내 절도 사건 다수 발생. 외출 시 문단속 철저 요망. CCTV 2대 추가 설치 완료.”
그날따라 기분이 이상했다. 누군가 내 뒤를 밟는 느낌이 들었고, 원룸 복도를 지날 때마다 등 뒤로 싸늘한 기운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인천이라는 도시가 원래 복잡하고, 이런 불안한 기운도 익숙한 탓이었다.
며칠 후, 관리인이 내 방문을 두드렸다.
“혹시 요 며칠 새벽 시간대에 밖에 나간 적 있어요?”
“아뇨, 저는 퇴근하면 쭉 집에만 있었는데요.”
관리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실 CCTV에 이상한 장면이 찍혔어요. 5층 복도 쪽인데… 같이 한번 보실래요?”
관리실로 따라갔을 때 그는 한 대의 낡은 모니터를 켰다. 화면에는 익숙한 복도가 보였다.
내 방 바로 앞이었다.
날짜는 10월 28일 새벽 2시 47분.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느릿하게 걸어왔다. 검은 후드티를 쓴 남자였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걸음걸이는 기괴하게 뒤뚱거렸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내 방 앞에 멈춰선 이후였다.
그 남자는 내 방 초인종을 누르지도, 문을 두드리지도 않았다.
그저 고개를 천천히 90도 꺾은 채로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3분 40초 동안.
그리고 갑자기 화면이 지직거리며 끊겼다.
관리인은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 날 이후로 503호 사는 최씨가 연락이 안 돼요. 이틀째예요.”
503호는 내 바로 옆방이었다.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새벽 2시 40분쯤 누군가 문 앞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현관문 아래로 비치는 그림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핸드폰으로 112를 눌러야겠다 생각했을 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그 순간 나는 얼어붙었고, 문 밖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문 좀 열어봐요. 옆집인데요.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
목소리는 평범했지만, 어딘가 기계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숨을 죽인 채 불을 모두 껐다. 10분쯤 지나 그림자가 사라졌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다음 날 경찰이 와서 503호 방문을 강제로 열었고, 그 안에서 최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고, 외부 침입도 없다고 했다.
다만 그의 얼굴은 문을 향해 완전히 돌아가 있는 상태였고, 방 안 CCTV에는 새벽 2시 47분, 누군가 문 앞에 서 있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 후 나는 원룸을 정리하고 다른 동네로 이사했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 새벽이 되면 문 앞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어제, 새로운 집의 우편함에 이상한 쪽지가 들어있었다.
“2시 47분에 다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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