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룰까하다가 곧 연휴라 일이 밀려버릴 것 같아서 후딱 해치우려고 점심을 먹고 출발함.
버스정류장에 서있는데 오늘 고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졸업이었는지
학생들이 아주 많았어요.
너무 시끄럽고 정신없는 와중에 미친 네살로 보이는 남자 꼬맹이와 고사리 손을 꼭 붙든
정말 여리여리한 엄마가 서있었음.
내가 미친 네살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조카가 있기 때문임.
오빠 아들인데,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함. 에너지가 넘침 ㅠ
아이를 낳고 살이 안빠진다고 울던 새언니는 아이가 33개월이 되던 순간부터 40개월인 지난달까지 총 12키로가 빠졌다고 함. 정말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함.
그리고 소리는 왜그렇게 질러댐? 대체 이해를 할 수 없음.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게 바로 미친 네살.. 딱 그 시기에 아이들이라고 나는 들었음.
그런데 그 아이는 참 조용했음. 가끔 엄마를 올려다보면서 무언가를 물어보고
엄마는 그럼 그 아이의 말에 뭐라고 대꾸를 해주고 고개를 끄덕이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했음. 그 모자가 원하는 버스가 내가 기다리던 버스와 같았던지
우리는 한 버스를 타게 됐는데 갑자기 그 모자가 맨 뒤로 가는 거임.
이상해서 계속 지켜봤는데
둘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이야기 중이었음.
그러더니 아이가 혼자서 낑낑 거리며 버스를 올라타고 있었음.
그러니 한참 걸렸고, 버스는 한산했지만 그로 인해 버스의 출발이 조금 늦어졌음.
엄마는 아이를 뒤에서 밀어줬고 아이는 승리의 웃음을 지으며 버스에 탑승했음.
엄마는 뒤이어 바로 버스에 탑승해서는 버스기사님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아이가 혼자해보겠다고 해서요. 죄송합니다." 인사드리곤 승객들에게도 정중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연거푸 세번을 인사했음.
기사님도 엄마의 인사에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모자가 자리를 잡을때까지
차를 출발시키지 않으시고 기다려주심.
잠깐이었지만 그 모든 배려에 나는 겁나 마음이 따뜻해졌음.
그리고 그 모자는 내가 자리잡은 맨 뒷자석 바로 앞에 자릴 잡음.
그리고 두 모자의 대화가 이어졌음. 처음부터 끝까지 듣긴했는데
대충 기억나는데로 각색한거임. 그렇게 머리가 좋질 않아서 ㅋ
"하늘아. 오늘은 정말 좋은 기사님들과 정말 좋으신 분들이 계셔서 하늘이가 혼나지 않았고,
또 엄마가 뒤에서 널 도와줬기때문에 하늘이가 다치지 않았지만,
앞으론 엄마가 널 안고 타는 게 좋을 것 같아. 하늘이가 다섯살이 될때까지는."
"왜요?"
"음.. 아직 하늘이가 혼자서 버스에 올라오기엔 하늘이의 다리가 튼튼하지 않기 때문이야."
"그렇지만 나는 지난번 어린이집에서 달리기 1등을 했어요"
"응. 엄마도 알아. 하늘인 아주 다리가 튼튼해. 하지만 버스라는 건 움직이지?
하늘이가 달리기를 한 땅은 움직이지 않잖아. 그렇지?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엄마가 도와주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늘이 생각은 어때?"
"음... 그래도 오늘 해보니까 재미도 있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 그렇다면 우리 아빠차로 먼저 연습해보는 건 어떨까?
버스는 하늘이와 엄마 아빠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여러사람들이 이용하는 거라서
사람들이 하늘이를 기다려줘야한다는 불편함이 있잖아. 아까 하늘이가 혼자 올라와서 하늘인
행복했지?"
"네."
"그렇지만 엄마는 올라오자마자 어떻게 했지?"
"죄송하다고 하셨어요."
"사과는 어떤때 하는 거라고 했지?"
"잘못했을 때 하는 일이라고 하셨어요."
"그럼 하늘이가 좀 전에 한 일은 잘한 일일까 못한 일일까?"
"잘못한일이에요."
"그래. 그럼 우리가 네 정거장 뒤에 내릴거야. 그땐 어떻게 하는 게 하늘이가 행복할 것 같아?"
"엄마가 안고 내리는 게 행복할 거 같아요."
"좋아. 하늘인 정말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착한 아이구나.엄마는 하늘이 너무사랑해."
"나도 엄마 사랑해."
와.....................................
대박 현명하지 않음?
나 완전 감동 받아서 눈물이 날뻔................
앞에 앉아 계신 할머니께서도 감동을 받으셨는지 몸을 돌려
애기 엄마가 정말 애를 잘키운다고 폭풍 칭찬을 하셨음.
더구나 그 어린 아이가 버스 안이 갑갑하다고 큰소리로 대답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는 정말 놀랐음.
정말 가정교육이라는 건 엄마 아빠의 몫임.
모든 아이들은 자아라는 게 생기는 시기가 옴. 어떤 아기들은 빠를 수도 늦을 수도 있는데
그 자아는 타고 난다기 보다는 어떤 부모가 어떤 교육을 시키는가가 관건이라는 걸
난 오늘 깨달음.
버스에서 아이가 엄마에게 아무런 저항없이 폭 안겨서 내리는 걸 보고
버스에서 내려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걷는 걸
흐뭇하게 웃던 나는 바로 전화를 걸어 새언니에게 방금의 일화를 이야기했음.
전화기 넘어엔 미친 네살의 전형인 에너지 넘치는 나의 조카가
고모모모모모모모모모모모모모모모모
언제 놀러와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새언니는 "아가씨............. 정말 꿈같은 이야기네요 ㅠㅠ
너 정말 망태 할아버지가 이노오옴 한다!! 아랫층 할버지가 뛰지 말라셨잖아!!
그만 뛰어 ㅠㅠ 끊어요!ㅠㅠ "
하는 걸 보면서... 그래.. 다 그럴 순 없겠지.. ㅠㅠ
하면서도 나도 결혼하면 꼭 저렇게 노력은 해보리라 다짐해봤음.
물론, 안되겠지 ㅋㅋ
재밌는 썰,괴담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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